혼수예물 트렌드는
에비뉴엘 시계매장 전경
그 장면은 이렇다. 일단 여자를 불 꺼진 뉴욕 ‘티파니’ 매장으로 데려간다. 눈을 뜬 순간 매장에 불이 켜지고, 남자는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말한다.
“(여기서 원하는 것을) 하나 골라 봐.”
국내 최대 백화점이자 젊은 연인들이 혼수와 예물을 보러 가는 대표적인 장소인 롯데백화점 ‘웨딩 멤버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이 같은 경향이 도드라진다. 롯데백화점에는 ‘웨딩 멤버스’라는 예비 신랑신부를 위한 멤버십 서비스가 있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가입 후 9개월 동안 구입한 혼수 품목의 5%를 적립해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다.
롯데백화점은 2010∼2014년 웨딩 멤버스 가입 고객이 결혼 전 석 달 동안의 매출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외 명품 소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혼수상품 구입 매출을 분석해보니 가전제품 비중은 2010년 31.4%에서 지난해 24.4%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반면 해외 명품 비중은 높아졌다. 2010년 19.5%에서 2012년 29.2%, 지난해 36.8%로 가전제품을 앞질렀다. 웨딩 고객이 지갑을 여는 인기 브랜드 ‘톱 10’ 순위에는 지난해 ‘쇼파드’ ‘IWC’ ‘태그호이어’ 등 시계 브랜드가 새롭게 진입하기도 했다.
굳이 다이아몬드 크기를 고집하지 않고, ‘로망’을 담은 상자 색깔에 끌리는 예비 신부들도 많다. 커플링을 하더라도 하늘색(티파니), 빨간색(카르티에) 상자를 열어보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것. 반지도 필요 없고 가방이 좋다는 신부도 있다.
그래서 롯데백화점의 대표적인 5대 인기 웨딩 브랜드 ‘카르티에’ ‘티파니’ ‘골든듀’ ‘불가리’ ‘프라다’의 1인당 웨딩 고객 구매 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260만 원, 2012년 370만 원, 2014년 450만 원으로 올랐다. 시계·보석 상품군에서의 1인당 구매 비용도 2010년 250만 원에서 2014년 310만 원으로 올랐다.
‘예물시계=롤렉스’ 공식은 여전히 유효했다. 2010∼2014년 조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롤렉스는 시계 시장의 ‘샤넬’, 아니 그 이상이다”며 “예물 시장에는 어른들의 입김도 작용하기 때문에 정통 클래식인 ‘롤렉스 데이저스트 콤비’ 시계의 위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추적자가 있다. 바로 ‘IWC’다. 젊은 남성들의 로망 ‘포르투기저’ 모델을 앞세워 예물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 2010년만 해도 5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2위를 차지해 ‘롤렉스’를 바짝 추격 중이다. 많은 남성들의 ‘태그호이어’ 사랑도 여전했다. ‘IWC’에 이어 꾸준히 3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석 브랜드의 강자는 ‘카르티에’였다. 보석 브랜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르티에’를 뒤쫓는 추격자는 하늘색 상자의 로망, ‘티파니’였다. 국내 브랜드 ‘골든듀가’ 2010년 2위에서 지난해 4위로 떨어진 사이 티파니가 2위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급 시계와 보석 브랜드를 선호하는 트렌드는 앞으로도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 대신 의류, 가전제품 등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