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했던 1998년 김효주(20·롯데)는 세 살배기 아기였다. 25일 태국 방콕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촌부리의 시암CC 파타야 올드코스(파72)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둘은 18살 차이의 세월을 뛰어넘어 함께 몸을 풀며 결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26일 이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혼다 타일랜드는 박세리와 김효주에게 모두 올 시즌 첫 무대다. 지난해 잔 부상에 시달렸던 박세리는 앞서 열린 3개 대회에 결장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국내 필드를 평정한 김효주는 이 대회를 통해 미국LPGA투어에 데뷔한다. 40일 동안 태국에 머물며 전지훈련을 한 김효주의 팔과 다리는 그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보여주듯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김효주는 먼저 연습하고 있던 박세리에게 다가가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히며 “안녕하세요”라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박세리가 한국 여자골프의 개척자라면 김효주는 그 토양 위에서 성장을 거듭한 숱한 후배들 가운데 차세대 선두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고령이 된 박세리는 막내인 김효주에게 “준비 많이 했지. 열심히 하라”며 격려했다.
2016시즌 종료 후 은퇴할 계획인 박세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초심으로 돌아가 신인 때처럼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효주 역시 “밤에 숙소에 들어오면 바로 곯아떨어질 정도로 하루 종일 땀을 쏟았다. 체력을 강화한 덕분에 아이언은 반 클럽, 우드는 한 클럽 가까이 비거리가 늘었다”고 했다. 김효주가 지난 연말 받은 시력 교정 라섹 수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줄곧 끼던 콘택트렌즈와 영원히 작별했다”는 김효주는 “아침에 일어나 벽시계의 시간을 알 수 있을 때 마다 신기하기만 하다. 다시 눈을 떴는데도 퍼팅 때 어드레스가 잘 안돼 고민”이라며 웃었다. 박세리 역시 2000년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은 뒤 2001년 자신의 시즌 최다인 5승을 거뒀다. 박세리는 “아무래도 좋아진 시력과 몸이 제대로 반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세리는 17년 전 미국LPGA투어에 처음 도전했을 때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당시를 회상하던 박세리는 “시즌 초반 꾸준히 20, 30위권에 들었는데도 한국에서는 우승컵이 없다고 난리가 났다.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그해 5월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인 LPGA챔피언십에서 거두며 자신감을 찾았다. 효주는 자기 관리를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효주는 자신을 향한 높아진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큰 부담은 없어 보였다. “데뷔전도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일 뿐이다. 내일 1라운드를 치른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내게 많은 변화가 있었으므로 일단 적응이 우선이라고 본다. 편하게 치겠다. 설사 잘 안 풀린다고 해도 더 노력하면 그만이다.”
촌부리=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