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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뷰]늦잠 깬 인도코끼리, 경제도약 발걸음 성큼

입력 | 2015-02-26 03:00:00


유지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대표

2013년에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하자 그동안 달러 약세로 혜택을 입은 많은 신흥국가가 급격한 환경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심한 몸살을 앓았다. 결국 2000년대부터 주목받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대한 회의론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브라질, 러시아는 전 세계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신음하고 있고, 중국의 성장률은 예전만 못하다.

인도 역시 루피화 가치가 달러 대비 3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인도 경제는 여타 신흥국가와 달리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전 세계의 금융기관, 투자자들은 신흥국 선진국을 통틀어 투자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나라로 인도를 꼽고 있다.

인도의 루피화는 지난 2년간 신흥국 통화 중 가장 안정된 흐름을 이어왔고 지난해 인도 증시는 중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하며 성장속도 면에서 중국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국제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도경제가 회복단계를 지나 한 차원 도약할 발판도 마련됐다. 원유를 대부분 수입하는 인도는 수입한 원유를 국내에서 거의 소비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이 고스란히 인도 경제의 수혜로 이어진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유가하락을 통해서만 30조 원 이상 절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위기를 극복해낸 인도가 앞으로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도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산업과 함께 수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최고경영자(CEO)가 인도 현지의 공대를 졸업한 인도계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인도는 최근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화성탐사선 프로젝트에 성공했는데 놀라운 것은 이 비용이 약 800억 원으로 웬만한 미국 영화 제작비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인도의 기업가 정신이다. 인도의 인수합병(M&A) 시장 규모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 인도는 2000년대 이후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에 섰다. 이미 세계 철강업을 장악했고, 자동차시장의 예를 보더라도 재규어 랜드로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와 한국의 쌍용자동차가 인도 자본의 소유가 됐다.

인도가 넘어야 할 산은 많고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인도에는 부유층보다 훨씬 많은 절대 빈곤층이 존재한다. 정부의 비효율적 정책 및 규제도 외국인투자가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고 각종 병목현상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경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수십 년간 ‘잠재력’의 나라에 머물렀던 인도가 성공을 이루어낸 나라로 변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지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