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野 청문회 거부는 직무유기”… 野, 시민단체 반대 의식해 강경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박 후보자가 검사 시절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에 연루됐다”며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자 새누리당이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청문회를 거부하지 말라”고 파상 공세에 나선 것이다.
2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야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무성 대표는 “나도 박종철 사망 당시 ‘고문에 가담했던 사람들에 대해 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스팔트 위를 뛰어다녔다”며 “박 후보자가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는 데 관여됐다면 새누리당도 반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고문치사 사실을 은폐한 데 책임이 있다면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거부할 것”이라며 “야당은 빨리 이성을 찾아서 청문회를 개최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거듭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박 후보자로서는 일부 억울한 점이 있을지 몰라도 중대한 역사적 범죄에 연루된 만큼 용인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는 핵심 지지층에서 박 후보자 반대에 나선 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7개 시민단체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개적으로 박 후보자를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문회 개최에 합의할 경우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청문회를 무기한 보이콧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다른 비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 개최를 반대만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비판 여론이 자신들에게 쏠릴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사고의 유연성을 넓혀서 생각해야 한다. 당 의원들 의견이 엇갈리니까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