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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손님, 운수대통”… 달리는 ‘행복택시’

입력 | 2015-02-26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2월의 주제는 ‘약속’]<35>자신과의 약속 지킨 두사람




15년 동안 손님에게 행운의 말을 건네자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 택시기사 오문환 씨가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차장에서 손님들이 자신에게 감사의 글을 남긴 수첩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사진). 이민법 책을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법무부 이민통합과 차용호 과장도 2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자신이 쓴 ‘한국 이민법’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김경제 kjk5873@donga.com·과천=장승윤 기자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약속’을 한다. 소꿉친구와 우정을 맹세하며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 세입자가 집주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모두 약속을 증명하는 행위다. 그러나 ‘스스로 정한 약속’은 대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강제성이 없고 지키기도 쉽지 않다. 취재팀은 자신과의 약속을 굳건히 지켜낸 사람들을 찾았다. 이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나를 변화시켰고, 이는 다른 사람의 삶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오문환 씨(59)는 ‘행복 택시기사’로 불린다. 15년 전부터 근무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택시를 운전하면서 모든 손님에게 ‘행복 주문’을 걸었다. 그는 손님에게 “배우 ○○○보다 멋지다”며 인사를 건넨다. 이어 “2020년까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좋은 일이 ‘뻥뻥뻥’ 터지세요. 롤스로이스 탈 정도로 부자 되시고, 빌 게이츠도 갖지 못한 세상 모든 행복이 손님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라고 주문을 걸어준다.

오 씨에게 행복 주문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1999년 택시 운전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일부 손님의 욕설과 폭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때로는 손님과 싸우다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오 씨는 “내가 방식을 바꾸면 손님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모든 손님에게 칭찬과 행운의 말을 하자고 약속했고, 이를 실천하자 손님도 불평 대신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오 씨의 노력은 손님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행복 주문을 들은 손님은 오 씨가 택시 안에 마련한 수첩에 감사 인사를 남긴다. 수첩에는 학업에 자신감을 얻은 학생과 오 씨의 주문 덕분에 자살을 포기한 가장 등의 다양한 사연이 적혀 있다. 오 씨는 “지금까지 500여 권의 수첩에 손님들이 글과 서명을 남겼다. 나는 약속을 지켰고, 손님들은 행복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보물”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이민법 서적인 ‘한국 이민법’의 저자인 차용호 법무부 이민통합과장(43)은 법학도 출신이 아닌 정치외교학 전공자다. 2001년부터 출입국관리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그는 국내에 이민법 관련 책이 없다는 것에 낙담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데 참고할 서적이 없었던 것. 법학교수 등에게 “이민법 관련 책을 써달라”고 숱하게 부탁했지만 주류 분야가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2005년에 “내가 이민법을 정리해 책을 내자”고 자신과 약속했다. 그러나 이민법이 모두에게 생소했던 시기인 데다 법학 관련 전문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800개가 넘는 이민법 자료를 읽었고, 틈틈이 외국인 이민법 전공 교수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2009년 인도 파견 근무 때는 뎅기열에 걸려 집필을 할 수 없는 위기를 맞았지만 ‘약속은 지킨다’는 의지로 빠른 완쾌를 위해 한국에서 약을 공수해가며 버텼다.

차 과장의 노력은 2015년 1242쪽에 이르는 국내 최초의 이민법 서적이 완성돼 결실을 봤다. 차 과장은 “내가 지킨 약속의 결과물이 외국인에게 법률 지원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차 과장의 저서를 교과서처럼 사용하고 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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