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10대 소녀 3명 시리아行 유혹한 아크사 마흐무드
“아빠, 쿠다 하피즈(‘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을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갑자기 무슨 말이니?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아뇨, 잘 다녀올게요.”
그로부터 4일이 지난 후 딸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저 시리아에 있어요. ‘이슬람국가(IS)’ 전사의 아내가 될 거예요.”
그렇게 떠난 아크사 마흐무드는 현재 소셜미디어에서 IS의 열혈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IS에 가담하려고 가출한 영국 소녀 3명의 배후가 바로 그녀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딸의 생사도 모른 채 악몽 같은 15개월을 보낸 마흐무드 씨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24일 CNN이 보도한 아크사 마흐무드의 이야기는 IS에 가담하는 서방 젊은이의 상당수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현실에 불만이 많은 사회 부적응자’라는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도 큰 충격을 준다.
아버지 마흐무드 씨는 파키스탄 태생으로 1970년대 글래스고로 거처를 옮겨 스코틀랜드 최초의 파키스탄 출신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가 된 성공한 이민자였다. 글래스고의 부촌에 위치한 80만 달러(약 8억8000만 원)짜리 집에서 살았고 아크사를 포함한 마흐무드 씨의 1남 3녀는 모두 1년 학비만 약 1330만 원인 고급 사립학교 크레이그홈스쿨을 다녔다. 소설 해리포터, 영화 헝거게임, 가수 콜드플레이를 좋아한 아크사는 세 딸 중 부모에게 상냥하고 어머니의 집안일을 가장 많이 도와준 효녀이기도 했다.
아크사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이슬람 사상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IS에 합류한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IS의 열혈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의 소녀들을 유혹한 것이다. 그는 소셜미디어 텀블러 등에 “옛 가족이 조개껍데기라면 IS를 통해 새로 얻는 가족은 ‘조개 속 진주’다” “IS 대원이 되면 알라로부터 집을 공짜로 받고 죽은 후에는 순교자로 칭송받으며 더 큰 보상을 얻는다” 같은 글을 꾸준히 올렸다.
그는 서방 언론이 자신을 포함해 IS 합류 여성들을 ‘현실 부적응자’로 묘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여기(IS)서 만난 자매들의 대다수는 각자 고국에서 대학에 다니며 행복한 대가족과 친구 등 모든 것을 누렸다. 이곳에서도 집에서 누리던 안락하고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다.” 그가 이번에 회유한 영국 10대 소녀 3명도 모두 A학점만 받는 우등생이었다.
아크사는 지난해 9월엔 갓난아기에게 무거운 소총을 들려놓은 사진까지 게재해 큰 논란을 불렀다. 외신들은 이 아기를 아크사가 IS 대원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로 추정하고 있어 IS가 갓 태어난 아기까지 선전선동에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IS는 왜 10대 소녀들을 노리는 걸까.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는 “평범한 10대 소녀에겐 무슬림 전사의 아이를 낳고 그들을 내조하는 일이 자신이 고국에서는 하기 힘든 매우 중요하고 존경받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여지가 있다”며 “IS도 이를 잘 알기에 사막의 노을, 맛있는 시리아의 음식 등 이국적인 삶을 강조하며 이들을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남편이 전사하면 순교자의 아내로 대접받는다는 점 또한 소녀들을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