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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갈 길 바쁜데… 시동 못건 3년차

입력 | 2015-02-26 03:00:00

靑비서실장 인선 못해 공백 길어져… 당정청 첫 정책조정協서는 신경전
유승민 “계획 과감히 수정을” 압박… 최경환 “골 넣어야 이겨” 협조 요구




발걸음 무거운 취임 2주년 취임 2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직원 조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직원 조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경제 혁신을 이뤄내고 통일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부여돼 있다”며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5일 취임 2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화두는 ‘정책 추동력 확보’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인 집권 3년 차, 정책 추동력에 가속도가 붙어야 할 시기에 박 대통령은 오히려 시동이 꺼질까 우려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날 ‘조용한 취임 기념’은 현재 정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거창한 기자회견이나 민생행보 등 이벤트를 하지 않았다. 1년 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경제와 통일 비전을 제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며 “그런 충정(忠情)으로 심기일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대통령비서실을 이끌 수장의 인선조차 못하고 있다. 23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최근 간단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인선은 여러 후보들이 손사래를 치면서 표류하고 있다.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면서 국정의 무게추는 여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5일 처음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시간이 없다. 2년 전 계획을 놓고 갖고 갈 것, 과감하게 수정할 것, 새롭게 할 것을 생각할 시점”이라고 했다. 여당이 정책 추진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이었다.

여당 지도부가 정부와 청와대의 ‘부진’을 정면으로 질타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여권 내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골을 넣지 못하면 축구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박 대통령의 ‘불어 터진 국수론’과 맞물려 국회가 제대로 협조해 주지 않았다는 서운함으로도 읽힌다. 당정청의 유기적 협조 시스템은 아직 요원해 보이고, 신경전이 여권 내 갈등을 예고하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남은 3년을 시작하면서 ‘이기는 축구’를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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