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사회를 바꾼다]<2>스포츠로 사회 통합하는 나라들
미국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올림픽트레이닝센터(OTC)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①. 1977년에 문을 연 콜로라도스프링스 OTC는 수영, 사격, 펜싱, 레슬링 등의 훈련 시설을 갖췄다②. 어린이들이 방문자센터 휴게실에서 투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OTC를 찾는 방문객은 연평균 13만 명에 달한다③. 동아일보DB
미국의 엘리트 스포츠는 한국처럼 ‘장벽’이 없다.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운동을 잘하면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5관왕의 신화를 쓴 에릭 하이든은 명문 스탠퍼드대 의학박사 출신의 의사다. 한국의 태릉선수촌 격인 올림픽트레이닝센터(OTC)에도 ‘문턱’이 없다. 국가대표와 체육 관계자만 드나드는 곳이 아니다.
미국의 올림픽트레이닝센터는 세 곳에 나뉘어 있다. 1977년에 문을 연 콜로라도스프링스센터에는 수영 사격 육상 펜싱 역도 등의 훈련시설이 갖춰져 있다. 1982년 개관한 레이크플래시드센터에는 스키, 아이스하키, 카누 경기장 등이 마련돼 있다. 2001년부터 선수들을 받은 출라비스타센터에는 축구 양궁 사이클 테니스 배구 등의 훈련시설이 있다.
한국처럼 1년 내내 훈련을 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각자 사는 곳에서 개인훈련을 하다가 큰 대회를 앞두고서야 센터에 들어온다.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합숙훈련을 시키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학업과 운동 또는 직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한 미국이기에 OTC도 그에 맞춰 운영되는 것이다.
많은 어린이가 문턱 없는 선수촌을 찾아 올림픽을 몸으로 느끼며 올림피안(Olympian)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집으로 돌아가면 야구장이나 농구장을 찾아 프로경기를 본다. 학교에서는 직접 운동을 한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가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스포츠가 중요한 사회통합 역할을 하는 이유다.
또 다른 스포츠 강국 독일에는 선수촌이 20개나 있다. 선수들은 원하는 지역을 골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선수촌 운영비용은 연방 정부가 3분의 2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주 정부가 낸다.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신 지역주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한다. 선수촌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는 수많은 스포츠클럽이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 인근의 로트바이스 다름슈타트 스포츠클럽의 경우 성인 기준으로 한 달에 12유로(약 1만5000원) 정도만 내면 축구 테니스 볼링 등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독일 스포츠의 힘은 이런 ‘풀뿌리 체육’에서 나온다.
겨울올림픽의 강자인 캐나다는 학교체육과 생활체육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10학년(한국의 고교 1학년)까지 주 3시간 체육수업이 의무사항이다. 학생들의 유산소운동 능력, 근력, 지구력, 유연성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종목들을 매년 여러 차례에 걸쳐 측정한다. 정해진 기준을 넘어야 수업을 이수했다고 인정한다. 11, 12학년에게는 교외 스포츠클럽 활동을 권장한다. 활발한 클럽 활동은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 스포츠클럽의 기반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인구 60여만 명의 밴쿠버 시에 잠실종합운동장 같은 시설이 20여 개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