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박봉에도 기대하는 유일한 희망이 연금”이라며 “과도한 것이 있으면 조정하되 우수한 인재를 공무원으로 남아 있게 만드는 매력을 없애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시장은 정부가 4월로 못 박은 개혁 시기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시한을 늦출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 연금수령액은 월평균 217만 원으로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31만 원)의 7배나 될 만큼 차이가 과도하다.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매일 100억 원의 정부보전금, 즉 혈세가 투입될 정도다. 여야가 5월 초까지 개혁 법안을 처리한다는 데 합의한 것도 ‘세금 먹는 하마’가 돼버린 연금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들끓는 여론 때문이었다.
박 시장은 ‘필요하다면’ 시한을 늦출 수 있다고 했지만 누구의 어떤 필요를 말하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이라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못하면 내년에 태어나는 아기는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평생 3780만 원의 세금을 더 내서 공무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런데도 3월 28일까지가 활동 기한인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는 공무원노조 측 위원들의 반발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묘한 시기에 박 시장의 언급은 이들 개혁 반대파에 힘을 실어준 것과 다름없다.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 박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포획돼 시민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대통령 꿈을 위해 박 시장은 100만 공무원과 그 가족들의 표를 확실히 다지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