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62년만에 폐지]간통죄 폐지로 뭐가 달라질까
#2 50대 유부남 김모 씨는 2015년 3월 아내의 휴대전화를 보고 외도 사실을 알게 돼 이혼소송을 내면서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바람피운 아내를 간통으로 형사고소하고 이혼한 친구가 위자료로 3000만 원을 받았던 기억이 나서였다. 하지만 김 씨는 위자료를 10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김 씨 친구는 간통 고소를 취소해주는 조건으로 아내에게 위자료를 높여 받았지만 김 씨는 아내를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어 ‘협상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와 김 씨 이야기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실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가정해 본 사례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배우자의 외도 증거 수집에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외도로 인한 위자료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간통죄 폐지로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분석해 봤다.
○ 배우자 외도 증거는 직접 확보해야 해
이 때문에 심부름센터가 성황을 이룰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사상 손해배상 재판은 형사 재판보다 증거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편이라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모텔이나 집 등에 들어가는 장면만 촬영해도 외도 증거로 삼을 수 있다. 통상 위자료 액수가 부정행위의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증거를 수집해 재판부에 제출해야 위자료를 높일 수 있다. 서울의 한 판사는 “키스하는 사진과 모텔 들어가는 사진, 성관계하는 사진은 위자료 책정할 때 증거 능력에 각각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외도 증거를 확보하려면 자기 비용을 들여야 한다. 기자가 26일 인터넷에 소개된 외도추적 전문 심부름센터에 문의해 보니 일주일 동안 24시간 배우자를 미행해 행적을 매일 알려주고 외도 증거를 촬영해주는 대가로 300만 원을 요구했다.
외도 증거를 확보하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질 수도 있다. 간통이 범죄가 아닌 이상 함부로 간통 현장에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댔다간 주거침입이나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으로 도리어 고소당할 수도 있다.
○ 이혼 위자료, 늘어나나 줄어드나?
그동안 간통죄는 외도한 배우자에게 형사상 책임을 지우거나 간통죄 고소를 취소해주는 조건으로 위자료를 대폭 올리는 식의 협상카드로 쓰여 왔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정신적 피해를 안겨준 외도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만큼 위자료를 높게 책정할 거라는 관측과 유책 배우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민사재판에서 책임이 경감돼 위자료가 줄어들 거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정신적 피해를 안겨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없는 만큼 금전으로라도 더 배상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반면 서울의 또 다른 판사는 “이미 파탄 난 혼인 관계로 인해 벌어진 간통 사례도 적지 않아 일률적으로 간통에 대한 이혼소송 위자료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간통죄 폐지가 여성에게 불리할 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남녀 비율 통계가 없어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의외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헌법재판 대상이 된 간통 사건 위헌 청구인 21명 중 14명이 여성이었다.
조동주 djc@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