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2월의 주제는 ‘약속’]<36>따뜻한 세상 만드는 작은 약속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선동1가 공부방에서 대학생 선생님 김남원 씨가 학생들에게 이날 수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학생들은 공부방에 처음 들어올 때 “수업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은(가명·16)이 이모 집에 갔다고? 벌점 7점 줘야겠네.”
공부방 선생님 김남원 씨(25)는 수업시작 전 근엄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출석을 체크하고 결석한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단으로 결석한 학생은 벌점 10점, 가은이처럼 사유가 있더라도 수업에 빠지면 벌점 7점을 받는다. 벌점 30점이 넘은 학생은 공부방에서 퇴출된다. 김 씨가 이처럼 엄하게 출석을 확인하는 것은 한 번 결석하면 버릇처럼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 김 씨는 “출석은 선생님과 학생이 정해놓은 약속이자 학생 스스로의 다짐”이라며 “약속과 규정을 쉽게 어기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 학생은 총 40명.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온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과외선생님 그 이상의 존재다. 김 씨는 “학생들의 멘토로서 주기적으로 만나 가정문제와 진로 문제를 상담한다”며 “우리는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책임감 때문에 학점관리, 취업난 등 눈앞에 산적한 많은 과제 속에서도 김 씨는 한 번도 공부방 수업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말 2주간의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에 김 씨는 하루 세 시간 쪽잠을 자면서도 공부방 수업을 챙겼다. 김 씨의 제자 김민지(가명·17) 양은 “공부방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열심히 공부해 나중에 꼭 꿈을 이룰 것”이라며 “그때 기회가 된다면 지금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의 꿈을 지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0여 년 전 지금의 김민지 양처럼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황효진 씨(56·회계사)는 2008년부터 자신의 모교인 경기 광명시 광명중학교에 매년 1000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2004년에는 또 다른 모교인 인천 중구의 제물포고에 장학금 재단을 만들어 매년 학생들을 위한 기부금 1억여 원을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황 씨는 “학창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지고 아버지 건강마저 안 좋아져 학교에 도시락을 챙겨가기 힘들 정도였다”며 “중학교 입학금을 사비로 마련해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장학금을 보내준 중고교 동문회 등 나에겐 모두가 구세주였다”고 말했다. 황 씨는 “당시 도움을 준 한 분에게 ‘훗날 꼭 보답하겠다’는 약속의 편지를 썼는데 지금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언젠가 후배들도 저처럼 또 보답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