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1세 현역 최고령, 삼성 포수 진갑용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41세)로 새 시즌을 맞는 삼성 진갑용의 야구 열정은 세월이 갈수록 타오르고 있다. 오키나와=이헌재 기자 ni@donga.com
1974년 5월 8일생인 그는 얼마 있으면 만 41세가 됩니다. 현재 그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입니다. 한국 야구에서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인 포수가 최고령 선수가 된 건 처음입니다.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야구를 할지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전에 터진 약물 파동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도핑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고, 그 역시 도핑에 무지했습니다. 감기약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되는 바람에 그는 대표팀에서 제외됐습니다. 팬들의 비난 속에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요.
2002년의 사건은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더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죠.
그의 야구 인생도 그해를 기점으로 달라졌습니다. 이전까지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첫 우승 후에는 거의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지난해까지 무려 7차례나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안방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습니다. 그의 대구 집에는 챔피언 반지 7개가 소중하게 모셔져 있습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운을 만든 건 그 자신이었습니다. 그의 야구 신조는 “훈련은 열심히 하되, 쉴 때는 확실히 쉰다. 그리고 남은 체력은 경기에서 100% 쏟아 붓는다”입니다. 무리하게 훈련량을 늘리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풉니다. 장수의 비결은 역시 좋은 습관과 즐거운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좋은 파트너들을 만난 것 역시 그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그는 오승환(일본 한신), 안지만, 권오준(이상 삼성), 배영수, 권혁(이상 한화) 등 당대의 좋은 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뤘습니다. 그는 “2004년의 (배)영수는 내가 평생 만나본 최고의 투수였다. 1회부터 9회까지 변함없는 공을 던졌다”고 회상했습니다.
야구 선수로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누군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훌륭한 야구 인생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이호준(NC)처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린 것에 대한 부러움에서 나온 말이죠. 그렇다면 ‘야구는 진갑용처럼’ 하는 게 후배 선수들의 바람이 아닐까요.
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