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7대 2로 처벌 위헌 결정… 간통죄 62년만에 폐지 “性的 자기결정권 침해… 혼인 유지, 개인 자유에 맡겨야”
결혼한 사람의 혼외(婚外) 정사를 도덕적 영역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간통(姦通)죄로 형사 처벌해 온 형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로써 6·25전쟁 직후인 1953년 9월 형법 제정 당시부터 포함된 간통죄 조항은 62년 만에 효력을 잃었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간통한 배우자와 그 상대방을 모두 벌금형 없이 2년 이하의 징역에만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241조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등을 받아들여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의 폐지는 혼인과 가족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의 인권 및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대한제국 시절인 1908년 일본 형법의 영향으로 유부녀만 처벌하는 간통죄 조항이 근대적 형법으로는 처음 도입됐다. 광복 직후인 1947년 일본에서는 해당 조항이 없어졌는데 한국은 1953년 간통죄 처벌 대상을 남녀 모두로 확대했다.
1988년 헌재 출범 이후 간통죄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 심판대에 올랐으나 번번이 위헌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하다가 이번에 25년 만에 선례가 뒤집혔다. 지난해 국회가 2008년 10월 31일 이후 사건만 형사보상금이나 재심청구 등으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그동안 간통죄로 처벌받은 10만여 명 중 구제 대상은 3000여 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2년간 축적된 막대한 형사보상금이 걸림돌이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재판관들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영근 한양대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헌재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전향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