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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靑, 국정원장 출신 비서실장으로 ‘쇄신 이미지’ 얻겠나

입력 | 2015-02-28 00:00:00


박근혜 대통령이 새 대통령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내정자가 국제관계와 남북관계에 밝고 정무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 비서실 조직을 잘 통솔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 실장은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인적 쇄신’을 여러 차례 약속한 시점에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 8개월 만에 청와대로 이동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실장은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어느 때보다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 요구가 높았던 지난해 7월 국정원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 실장이 외교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꼭 현직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써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야권은 “정보정치와 공안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실장의 발탁은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보였던 ‘돌려막기 인사’의 반복이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이번 비서실장 인선은 국무총리와 일부 내각 교체 등 박근혜 정부의 쇄신 행보에서 마무리에 해당된다. 국민 여론은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를 요구해 왔고, 청와대 역시 집권 2주년을 맞아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얻으려면 대대적인 인사 쇄신이 불가피했다. 이번 인사는 쇄신의 이미지를 주기엔 미흡하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풀이 협소하다는 사실만 다시 한번 확인됐다.

새 국정원장에 내정된 이병호 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2차장이 국정원의 당면 과제인 내부 개혁의 적임자인지도 의문이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2년 만에 벌써 세 번째 원장을 맞는다. 장기적 포석이 중요한 국정원에서 최고책임자의 빈번한 교체는 국정원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장과 국정원장 이외에 정무특보단으로 친박계 윤상현 김재원 의원을 포함해 주호영 의원까지 3명의 현역 의원을 임명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달 10일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나 “당 지도부와 자주 소통하면 되지, 정무특보를 두면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음에도 인선한 것이다. 정치권과의 소통을 위한 특보단 신설이 오히려 소통의 장애가 될까 걱정이다. 현역 의원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맡는 것도 권력 분립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제가 있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내각을 친박 의원 중심으로 채운 데 이어 친박 측근의 비서실장과 친박 위주 정무특보단 신설로 집권 3년 차의 전열 재정비를 마쳤다. 박 대통령은 최근 “당정청(黨政靑)이 국정의 공동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에 힘을 실어주고 여야 정치권과도 자주 만나 민심의 소재를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신임 이 실장은 오직 ‘비서실장’ 직분에 충실함으로써 비정상으로 운영되어 온 대통령비서실의 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