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홈런왕 넥센 박병호의 새 도전
박병호(넥센)의 올 시즌 목표는 홈런 몇 개를 늘리는 것보다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넥센으로의 트레이드였습니다. LG 박병호와 넥센 박병호의 차이를 만든 건 마음가짐입니다. LG에서는 ‘삼진만 당하지 말자’를 되새기며 타석에 들어섰지만 넥센에서는 ‘삼진은 의식하지 말고 내 스윙을 하자’로 바뀌었지요. 부담을 떨쳐버린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성장했습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홈런은 31개→37개→52개로 늘었습니다.
보통 선수라면 52개의 홈런에 안주할 만합니다. 하지만 박병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홈런을 많이 치긴 했지만 시즌 내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보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홈런 수를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그는 “작년에는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파울을 낸 적이 많았다. 공 움직임이 좋은 투수들도 잘 공략하지 못했다. 홈런 개수를 떠나 캠프 때 익힌 타격 폼을 시즌 중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느덧 박병호는 경기 자체보다는 준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선수가 돼 있었습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가 병호에겐 고비였다. 시즌 중반까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 홈런도 많았지만 삼진(142개)도 많이 당한 이유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걸 이겨냈다. 이미 대타자가 된 병호가 올해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게 대견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이승엽 역시 최고의 자리에서도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1999년 54홈런을 친 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격 폼을 수정했고, 2003년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쳤지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뒤에도 여전히 겸손한 것도 둘의 공통점입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박병호는 7시즌을 채워 해외 진출 자격을 얻습니다. 구단의 동의만 있다면 해외 진출이 가능합니다. 올해 강정호를 피츠버그에 보낸 넥센은 박병호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겠다는 자세입니다.
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