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서실장 교체] 46일 걸린 ‘포스트 김기춘’ 인선 현경대 한광옥 한덕수 권영세… 쇄신부담-고사說 겹치며 구인난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 인선을 미루면서 그동안 하마평에 오른 후보만 20여 명에 달했다. 초기에는 김 전 실장처럼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고 정치권과 소통이 가능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유력하게 부상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쇄신 카드’로 꺼낸 이완구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흠집’이 난 것도 비서실장 인선을 꼬이게 만들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쇄신 인사 요구가 거세지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마평만 무성한 가운데 박 대통령은 25일 비서실장 공백 상태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김 전 실장의 사표는 전날 수리됐다. 인선이 난항을 겪자 여권에선 이명재 대통령민정특보와 한 전 무역협회장 등의 고사설이 흘러나왔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구인난에 빠졌다는 얘기였다. 이 때문에 비서실장 인선 발표가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로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3월 1일 순방 출국 전에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기로 했다. 후보군을 이병기 국가정보원장과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등으로 압축한 뒤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박 대통령을 도운 ‘원조 친박(친박근혜)’이다. 27일 오전 현 마사회장이 급부상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부 언론은 이를 단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이 국정원장을 선택했다. 현 마사회장 유력설이 돌자 여권 일각에선 그의 임명을 우려하는 보고가 청와대로 긴급히 전달됐다고 한다. 비서실장 발표 직전까지 인선이 요동친 것이다. 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 인선 과정에서도 내정된 후보가 발표 직전에 허태열 비서실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