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서실장 교체] 안기부 2차장 출신 국정원장 후보자… “대북-해외정보 전문성 대폭 강화”
“국내 정치 관여는 국가정보원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75)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내 소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북한과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19기)를 졸업한 뒤 1970년 중령으로 예편해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국가안전기획부(이상 국정원의 전신) 국제국장, 주미국 대사관 공사를 거쳐 김영삼 정부에서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안기부 2차장을 지냈다. 전형적인 국정원맨이다. 주말레이시아 대사도 지냈다. 군에서는 통역장교였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1987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안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울산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이 후보자는 이 비서실장과는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이병기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자문위원단장을 맡아 원장에게 국정원 개혁과 운영에 대해 조언해 왔다. 앞서 1996년 이 후보자가 안기부 2차장을 물러난 뒤엔 이 비서실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따라서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국정원장 자리에선 예전의 선임과 후임이 바뀌는 셈이다.
이 후보자는 27년간 국내 정보 업무는 맡지 않고 해외 정보 업무만 담당해 온 베테랑 해외 정보통으로 통한다. 국정원 전직 간부들은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인사로 평가할 만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해외 정보 분야를 대폭 강화해 국정원이 대북·해외 정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법조인 출신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는 것을 두고 “정권이 국내 정치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 출신을 박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적도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