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또 엽총 살해] 재발방지책 내놨지만 ‘뒷북’ 지적… 전문가 “위치추적기 부착 등 필요” 환경부 “3개월 수렵기간 단축 검토”
일가족 엽총 난사 사건으로 사흘 사이에 8명이 숨지자 경찰이 뒤늦게 총기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범행이 현행 총기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발생한 만큼 기존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총기에 위치추적장치를 다는 등 새로운 관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폭력 등 전과 6범인 전모 씨(75)는 27일 오전 8시 25분 경기 화성시 남양파출소에서 엽총 1정을 받아 친형 부부를 살해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았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형 집행 종료 3년이 안 된 사람만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전과 6범이지만 총을 쥐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수렵면허를 가진 사람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포획승인증을 받아 수렵장 운영 기간에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경찰서에 보관하던 총기를 반출할 수 있다. 이번 수렵 기간인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이달 28일까지 101일 동안 국내에 등록된 엽총 3만7424정이 하루 16시간 동안 제지 없이 ‘흉기’로 사용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는 주거지 주변 경찰관서에서, 실탄은 수렵지 인근 산림청 산하기관 등에서 분산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엽총은 경찰에서 보관하지만 실탄은 개인이 보관한다.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장은 “총을 들고 수렵장 외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지 모니터링할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대책”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약 3개월인 수렵 기간을 더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렵을 허용할 이유가 있느냐”며 근본적으로 수렵용 총기 소유도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인터넷 여론도 많았다.
일본은 개인이 총을 집에서 보관하고 실탄을 경찰에 맡기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총기 사고가 잦은 미국은 총을 구입하거나 휴대할 때 제한이 없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졌다.
박재명 jmpark@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