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윤명숙 충남대 국가전략硏 연구원
20년 넘게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위안소 제도를 연구해온 윤명숙 충남대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53·사진)을 26일 만났다. 윤 연구원은 도쿄외국어대를 거쳐 일본 히토쓰바시대 석·박사과정 9년 동안 문헌자료와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소 제도를 연구했다. 이를 집대성해 일본에서 출간한 ‘조선인 군 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 제도’(2003년)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군인이 여성을 끌고 가는 것은 주로 점령지에서 발생했다. ‘식민지’였던 한국에서는 공창제, 소개업 등을 응용한 ‘일본군→군 선정업자→중간 징모업자→지역 징모업자’로 내려오는 피라미드 형태의 징모 시스템이 이용됐다. 그는 “군이 여성을 공급할 업자를 선정하거나 총독부 경무국 등을 통해 지역 경찰에 지시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일본 우익들이 군 위안부를 징모하는 과정에 일부 조선인들이 개입됐다며 책임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윤 연구원은 비판했다. 말단이나 중간의 조선인 업자보다는 징모 제도를 만들어 운영한 징집의 주체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피해 여성은 위안소에 간다는 걸 모르는 상황에서 응했다가 원치 않은 성폭력을 당하게 됐다.
윤 연구원이 위안부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1년.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1924∼1997)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일본의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 위안소 제도의 실태를 분석했다. 책에서는 조선인 군 위안부 형성 과정부터 군 위안소 정책과 관련된 일본 정부, 군의 감독 실태, 접객업 동향, 군 위안소 관련 업자, 징모업자 출현 요인 등을 세밀히 제시했다.
“조선총독부에서 남긴 군이나 위안부 관련 자료는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군 위안부가 국제법에 저촉되는 것을 당시 일본 정부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패전 직후 대량 소각한 겁니다. 일본 우익들은 강제연행을 증명할 자료를 내놓으라는데, 자료를 남겨 놓지 않은 책임 역시 일본 정부에 있어요.”
윤 연구원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일본 식민주의, 폭력성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내각이 수립된 후 위안부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1990년대 초반으로 후퇴한 것 같습니다. 한일 과거사 청산은 군 위안부를 비롯해 사할린 징용, 조선인 원폭 피해 등 많은 문제가 남아있어요. 식민시대 연구가 더욱 활성화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