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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성형, 좋다-나쁘다 이런 이분법적 시각서 벗어나야 본질 볼 수 있어”

입력 | 2015-02-28 03:00:00

◇성형/태희원 지음/288쪽·1만5000원·이후
‘성형’을 쓴 태희원 씨




“친구가 성형으로 예뻐진 후 나보다 더 나은 조건과 위치에서 취업, 연애, 나아가 결혼까지 성공하는 걸 보면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성형 전성시대’. 버스를 타면 ‘이번 정류장에 내리시면 ○○성형외과가 있습니다’란 광고가 도배된다. 성형을 받기 위해 출연자가 경쟁하는 TV 프로그램까지 방영된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성형왕국’이 된 본질적인 이유를 탐구한다. 25일 만난 저자 태희원 씨(43·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교육사업팀장·사진)는 1920년대 개화기 서구적 외모에 대한 열망에서 시작된 미용 담론부터 성형의 부작용을 불법 ‘야매’ 성형 탓으로 돌리면서 권위를 얻어간 성형외과 발전기, 성형 비난이 여성에게 이동되는 시기 등 국내 성형 역사를 탐구했다. 나아가 성형외과 의사, 간호사, 상담실장, 성형 경험자 등 5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해 성형산업의 그물망을 분석했다.

“외모 강박 청소년들의 ‘용모 중심적 사고’를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에 연구원 신분으로 참여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막연히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식의 희망적 메시지만을 줘서 설득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외모 중심 사회를 가능케 하는 성형산업의 실태를 제대로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다. “40대 여성 모임에도 성형은 빠지지 않는 수다 주제였어요. 하지만 잘 이야기하다가 ‘연구를 위한 인터뷰’라고 밝히면 다들 어색해하고 이야기를 안 합니다. 성형외과 의사들과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가 취소당하기도 했고요.”

성형이 핸드백을 사는 것처럼 일상화됐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태 씨는 성형에 대해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본질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형수술이 외모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자아를 찾는다는 긍정적 자기 계발이 됐지요. 반면 성형 여성을 허영덩어리, 성형중독자로 비판하는 시각도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합니다. 그 중간, 즉 성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렛미인’과 성형중독 폐해를 대변하는 ‘선풍기 아줌마’ 담론의 중간을 이야기해야 해요.”

그 중간이란 성형 여성부터 성형전문의, 성형기술 발달, 성형상담과 성형광고 등 성형산업의 복잡한 그물망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요즘 성형시장에서 가장 힘센 주체는 의사가 아닌 환자, 즉 여성입니다. 내가 성형을 소비한다고 생각하죠. 이에 의사들은 ‘너희의 고통을 이해한다’며 고민을 공감하고 구원해 주는 존재가 되고 있어요. 성형산업의 복잡한 그물망 탓에 성형이 합리적 소비로 강조되면서 성형의 위험성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 ‘성형 바로보기’가 필요하다고 태 씨는 강조했다.

“유행하는 쌍꺼풀 모양이 계속 바뀌고 있죠? 성형이 몸을 통한 자기 계발이 됐는데 몸의 기준이 계속 변해요. 쌍꺼풀 유행에서 앞트임, 뒤트임으로 변한 것처럼 말이지요. 몸을 만든다는 것이 사회적 규범이 돼 그걸 모두가 따라 하는데 그 기준이 성형 유행에 따라 달라지면 개인, 나아가 사회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성형산업의 모든 종사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성형의 여러 지점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