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공감백서 맞아, 맞아!]돌아온 결혼시즌 ‘고민의 계절’
직장인들 "경조사비 부담되네"
본인도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청첩장을 받으면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쳐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결혼식장을 3곳이나 가야 하는 날도 생겼다. 푹 쉬어야 할 주말에 결혼식장을 전전하다 보니 몸도 피곤하지만 무엇보다 부담이 되는 건 축의금이었다. 한 곳당 5만∼10만 원씩 꼬박꼬박 낸 것을 계산해 보니 송 씨는 올해에만 50만 원이 넘는 돈을 축의금으로 썼다. 송 씨는 3월부터 5월까지 달력에 표시된 결혼식 일정을 보며(물론 자신의 결혼도 표시돼 있었다) ‘무슨 결혼식이 이렇게 많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 한 달 평균 경조사비만 16만 원 넘어
축의금과 부의금을 쓰는 돈이 만만치 않다 보니 이에 따른 직장 내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특히 경조사비로 얼마를 내느냐가 친소(親疏) 관계를 가늠케 하는 기준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아 더 고민이다.
광고회사의 막내 직원 조모 씨(25) 최근 축의금 때문에 속이 상했다. 지난달 직장 상사인 유 과장(33)의 결혼식이 발단이었다. 취직 후 처음으로 상사의 결혼식에 참석한 조 씨는 축의금 3만 원과 아기자기한 축하 선물을 준비했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온 유 과장은 직원들 앞에서 조 씨더러 들으라는 양 “요즘 호텔 예식장 식대가 얼만데, 양심도 없이 3만 원을 축의금이라고 내는 사람이 있더라”며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씨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고도 축의금 액수 때문에 이런 수모를 겪는다는 생각에 한동안 우울했다.
잡코리아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6%가 경조사비 지출 비용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앞서 2013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65명을 대상으로 ‘경조사비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회당 지출 비용은 5만 원(67.2%)이 가장 많았고 3만 원 이하는 9.2%에 불과했다.
○ 눈치 보고 눈치 주는 결혼식
결혼을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제약회사에 다니며 3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두 달 뒤 웨딩마치를 울릴 계획인 장모 씨(29). 청첩장을 직장 동료에게 전했을 때 받았던 축하에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차라리 결혼식을 비밀로 할걸’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혼 준비하느라 회사는 뒷전”이라며 대놓고 면박을 주는 상사 때문이다.
장 씨는 업무에 지장이 안 가는 선에서 가끔 반차를 내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식장을 알아보는 등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으로 보장된 휴가를 사용해도 눈치를 주니 퍽 부담스럽다. 장 씨는 결혼 후에 월차라도 내면 “이래서 여자들은 결혼하면 회사 생활을 제대로 안 한다니까”라며 상사가 눈치를 줄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다.
직장문화 서비스기업 ‘오피스N’의 이윤진 팀장은 “결혼은 서로 축하하고 축하받아 마땅한 중요한 행사지만 직장인들은 상사와 주변 동료들의 눈치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가시 박힌 말과 공허한 축의금보다는 진심이 담긴 따듯한 한마디가 먼저 오가야 축복받는 결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