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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김아중·온주완, “사람냄새 나는 ‘펀치’…우리가 행복했어요”

입력 | 2015-03-02 07:00:00

드라마 ‘펀치’ 인기 주역의 3인방인 김래원-김아중-온주완(맨 왼쪽부터)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대중 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나무액터스·윌엔터테인먼트


■ ‘펀치’로 제2 전성기 맞은 김래원·김아중·온주완

3년의 공백과 평범한 일상이 ‘펀치’ 한방에 날아갔다. 최근 자체최고시청률(14.8%)로 평일 밤 드라마 시장을 평정하고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 주역인 김래원(34)과 김아중(33), 온주완(32)은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각각 박정환, 신하경, 이호성 검사 역할을 맡은 이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결을 “치밀하게 잘 짜여진 대본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저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운”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자 인터뷰를 통해 3∼4개월 동안 겪고 느꼈던 일들을 풀어냈지만, 생각은 하나로 모였다.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어도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 냄새나는 연기로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래원…죽을것 같이 연기했더니 아팠어요
몇번이나 응급실도 실려가고 ㅋㅋㅋ…
진정성 있게 다가갈수 있어 행복했어요


아중…유일한 선한 캐릭터라 외로웠어요
전 남편 집에서 종이비행기 접을땐 멘붕
신념대로 움직이는 캐릭터, 행복했어요


주완…나쁜 놈 가득한 세상에 가장 나쁜 놈
불의 저지르고, 친구 죽음도 못본척 하는
가장 꼴보기 싫은 놈, 그런데 행복했어요

-밤샘촬영, 강추위, 쪽대본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기분이 어떤가.


김래원(래원) : 홀가분하면서도 아쉽다. 며칠 전 재방송으로 마지막 회를 봤다. 정환이 쓰러지고 일어나지 못하는 장면에서 ‘슬픔과 과거를 후회하는 비릿한 웃음이 섞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회사 식구들에게 했더니, ‘제발 그만 하라고, 이제는 집착하지 말라’고 하더라. 하하.

김아중(아중) : 촬영할 때는 아프지 않았는데, 이제야 긴장이 풀려서 몸이 아프다. 신하경은 ‘펀치’에서 유일한 선한 캐릭터라 외로웠다. 신념대로 움직이지만 늘 실패하고 고뇌하는 역이었다. 처음부터 작가가 ‘하경이가 시작하고 대중의 눈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일반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역할이고, 시랑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거나 대립해서 이혼하고 가치관으로 대화하는 관계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배우로서 행운이다.

온주완(주완) :
시놉시스 상에는 착한 캐릭터였다. 하경이의 키다리 아저씨 같았다. 작가가 선한 캐릭터를 그리기 빠듯하셨는지, 중간에 확 바뀌었다.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작가와 PD만 믿고 갔다. 배우로서 제일 두려운 게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거다. 악역들만 가득한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 되어서 기쁘기도 하고, 행복하다.

-아쉬웠거나 힘들었던 점은.

래원 : 캐릭터 자체가 어려워서 힘들었다. 죽음을 앞두었기에 몸과 마음이 아픈 부분에 중점을 뒀다. 박정환의 포인트는 그것인 것 같았다. 시한부를 알기 전에는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악행을 일삼았던 놈이다. 박정환을 이해할 수 있는 건 고통스러워할 때라고 생각해서 진짜처럼 죽을 것 같이 연기했다. 실제로 몸이 너무 아파 수시로 링거를 맞고 응급실에도 몇 번이나 실려 갔다. 그래도 그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중 :
아쉬운 것 보다는 ‘멘붕’이었던 적이 있다. 방송 중반 박정환의 집에서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릴 때였다. 전 남편 집에서 종이비행기를 접는 감정은 뭘까 고민했다. 신념이나 의지도 좋지만 전 남편이 있는데, 책상에 앉아서 딸의 초등학교 지원서를 종이비행기로 접는 건 무슨 마음일까. PD가 ‘너는 아니더라도 세상의 어떤 여자는 그럴 수 있다. 그런 감정을 가진 여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주완 : 사실 이호성 검사는 답답한 놈이다. 착한 놈이었다가 나쁜 놈이었다가 멋있는 놈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단지 대사 한 줄로 바뀌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불의도 저지르고, 친구의 죽음도 못 본척했다. 시청자와 똑같이, 왜 호성이가 그랬는지, 타당성을 찾아야했다. 답답함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차라리 미친척하자 생각했다.

-김래원과 온주완은 악역임에도 호감을 얻었다. 김아중도 너무 자신만의 신념을 지켜 자칫 ‘민폐 캐릭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래원 : 운도 좋았고, 우연도 있었다. 영화 ‘강남 1970’ 촬영 후 바로 드라마에 합류했다. 유하 감독이 ‘극중 깡패지만, 내면연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뭉스럽게 연기하라’고 했는데 그게 드라마까지 연결된 것 같다. 아프니까, 곧 죽을 놈이라는 게, 또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빠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아중 : 작가의 기존 작품을 보더라도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게 더 매력적이다. 반면 하경이는 감정표현을 확실하게 하지 않는다. 시청자와 거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얀거탑’도 악역에게 더 공감이 가지 않나. 그래도 진솔하고 자기 신념대로 움직이는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주완 : 제일 꼴 보기 싫은 놈이기도 하다. 하하! 종영파티 때 누군가 ‘이호성을 변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더라.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그의 생각과 신념은 틀렸다. 요즘 같은 세상에 ‘너는 틀리고 내가 맞아’라고 살면 큰일 난다.

-박경수 작가가 특별히 요구한 점은.

래원 : 중반부쯤 작가에게 전화했다. 앞으로 방향도 물어보고, 제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사자의 왕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날이 서있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아중 : 출연제의를 받고 고민했던 적이 있다. 아이 엄마라 모성애가 깊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보다 연륜과 경험이 있는 배우가 낫겠다고 정중하게 말했더니, ‘우리는 아이 엄마 역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하경이를 통해 정의와 신념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그 말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주완 :
하루는 작가가, 대학생 딸이 제 팬이라며 사인을 받아가셨다. 속으로는 내심 멋있게 좋은 캐릭터로 그려주실 거라 기대했다. 아니었다. 하하.

SBS 드라마 ‘펀치’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시청자들로부터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래원 : 어느 순간부터 바뀐 것 같다. 좋게 이야기하면 내공이 쌓인 거다. 그동안 눌려있던 연기를 마음껏 펼치게 됐다. 앞으로는 좀 더 풀어진 연기를 하고 싶다. 인기나 관심 등에 연연해 하지 않고, 저의 밑바닥 모습부터 다시 보여주고 싶다.

아중 : 많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를 수식하고 직접 설명하는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뺐다. 진솔하고 간결하게 다가 가고 싶었다. ‘김아중이 하는 작품은 재미있다’는 반응이 좋다. 대중과 좋은 신뢰를 쌓고 있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주완 : 재미삼아 이야기 하자면, 18∼19부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당시 제 분량이 가장 많았다. 하루는 조재현 선배님이 웃으면서 ‘주완아, 네가 많이 나와서 시청률이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라고 물어보시더라. 하하. 그러면서 ‘우리가 미드필드에서부터 계속 공을 몰고 왔는데, 골대 앞에 네가 서 있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연기자가 주목을 받을 때도 있고, 못 받을 때도 있다.

-시청자들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뽑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각자 생각하는 명대사나 명장면은.

래원 : 조재현 선배와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빼놓을 수 없다. 너무 멋스러운 대사는 일부러 대충 흘리듯 했다. 멋있는 척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11회에 하경이 앞에서 울면서 ‘나 살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개인적으로 좋았다. 짧은 장면이라 시청자들은 모를 수 있는데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따로 그 장면을 저장해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아중 : 취조실에서 김래원을 붙잡아놓고 딸 이야기를 하면서 ‘예린이는 프로야구 팬이야. 1등 팀 좋아해. 지는 거 싫다고. 그래서 혼냈어. 당신처럼 될까 봐’라는 대사와 ‘예린이가 살아갈 세상이야, 괴롭힌 사람은 잡자’라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제법 엄마 모습도 보였다. 하하.

주완 : 18회였나?, 처음으로 주체적인 입장이 돼서 최명길(윤지숙)에게 ‘왜 특별검사님인 하나도 잃지 않으려고 합니까?’하고 소리 지르는 대사와 장면이다. 그걸 보는 순간 ‘왔다!’하는 생각이 왔다. 짜릿했다. 늘 시키는 것만 하던 입장에서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거였으니까 기억에 남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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