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문화가 있는 날’]지방 문화계 하소연
지방의 문화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문화가 있는 날’은 서울 등 대도시 위주의 정책”이라며 “공연 콘텐츠, 시설, 인력, 자금 등이 열악한 지방에서 서울과 같은 방식으로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 가장 문제로 삼은 건 문화가 있는 날이 지역 여건과 상관없이 수요일로 고정돼 있다는 점이었다. 거의 매일 공연이 있는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엔 수요일 공연을 문화가 있는 날 공연으로 삼으면 되지만 지방에선 주말 공연도 버거운 상황이어서 수요일 공연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것.
광주의 공연기획자 A 씨는 “공연 날짜를 평일인 수요일로 맞추는 건 힘들다. 수익 증대나 홍보 등이 해결돼야 하는데 평일에는 주말과 달리 기업 후원 등 재정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설사 수요일에 공연을 한다 해도 지방의 문화 수요가 적다 보니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광주 지역의 공연기획자 C 씨는 “지역에서 공연장을 찾는 클래식 수요가 1000명 선으로 추산된다”며 “평일에 공연을 개최하면 객석은 텅 빌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전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D 씨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문화생활을 하기 좋은 주말에 공연해도 관객이 많지 않은데 수요일로 하면 그 수가 더욱 적어진다”며 “지난해 문화가 있는 날에 우리 극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할인 혜택이 있어도 다른 평일과 거의 비슷했다”고 말했다.
지역 눈높이에 맞춘 적절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B 씨는 “무대 장치나 시설이 별로 필요 없는 소규모 클래식 공연 위주로 진행하는데 주민 다수가 즐기기엔 좀 무거운 편”이라며 “지역밀착형 공연을 찾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관람료 할인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효과가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모든 공연과 전시 관람료를 3000원 정액제로 운영하는 전북 지역의 한 공연장 관계자는 “문화가 있는 날에 군민들에게 50% 할인해줘도 1500원밖에 안돼 큰 유인 효과가 없다”며 “아예 무료로 공연한다”고 말했다.
예산과 인력의 어려움도 거론됐다. 대구의 예술단체 관계자인 E 씨는 “예산 부족으로 유명한 출연자를 섭외할 여력이 없어 주로 지인을 통해 아는 사람을 힘들게 모셔오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