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200만원 손해배상 판결
유부남 A 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집 침실에서 애인 B 씨와 잠을 자다가 그 현장을 아내에게 들켰다. A 씨는 아내와 일본에 어학 연수를 갔다가 현지에서 B 씨와 눈이 맞은 것. 결혼 4년 차인 A 씨는 B 씨와 ‘너 생각하고 있어’ ‘일반적인 연애는 아니야’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갔다. A 씨의 아내는 남편을 간통으로 고소하진 않았지만 B 씨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박강준 판사는 불륜 상대방인 B 씨에 대해 A 씨의 아내에게 “1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박 판사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부정한 행위를 한 사람은 그 사람의 배우자에 대해 불법행위를 한 것이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의 배우자가 입은 정신상의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간통죄 폐지로 배우자의 혼외정사에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불륜 상대방에 대해선 여전히 민사상으로 거액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A 씨 아내의 사례처럼 배우자와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현행 민법은 간통보다 넓은 개념으로 부부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행위를 ‘부정행위’로 지칭하며 재판상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 법원은 불륜 상대방에게는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에 따른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불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선 부부의 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