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누리꾼이 사제총을 만들어 사격 시범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1]). 실제 발사한 결과 캔 음료에 구멍이 나 빨대를 꽂을 수 있을 정도였다([2]). 유튜브 등 인터넷에는 사제 총을 만드는 방법과 그 위력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를 낳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1일 현재 동영상 검색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사제 총기 제작법을 검색하면 관련 동영상 수십 개가 나온다. 주로 해외 누리꾼들이 제작한 동영상이다.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볼 수 있다. 플라스틱 통과 호스, 공기 주입기 등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공기총부터 공업용 기계로 만든 엽총까지 다양한 총기 제작법이 등장한다. 총기 제작에 필요한 도면과 준비물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 해외 누리꾼은 “총의 위력을 보여 주겠다”며 탄환 대신 쇠못을 사용하는 사제 총기로 나무판을 쏴 약 1cm 크기의 구멍이 뚫리는 장면을 찍어 올렸다.
국내 포털사이트와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총기 제작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블로거는 체첸 반군이 사용하는 사제 총기의 사진과 함께 리볼버 권총의 조립 도면과 화약총 제작법을 공개했다. 그는 “화약총을 사용하다 ‘눈을 다쳤다’ ‘손가락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우리는 옛날부터 아무 일 없이 화약총을 갖고 놀았다”고 자랑했다. 이필중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총기의 성능을 개조한 뒤 총알을 넣어 사용하면 언제든 대인 살상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제 총기를 이용한 범죄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2013년 9월 강모 씨(61)는 내연녀가 바람을 피웠다며 사제 총기를 들고 강원 평창군에 사는 민모 씨(41·여) 집을 찾아가 살해하려다 검거됐다. 강 씨는 엽총의 총열을 분리해 불법 사제 총기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4월에는 대구에서 석모 씨(39)가 아내와 이혼한 뒤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 사제 총기를 난사해 경찰을 포함한 3명이 다쳤다.
경찰은 매년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정하고 단속도 벌이지만 사제 총기 근절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서는 허가된 총기를 관리하지만 불법 총기는 첩보가 없으면 단속이 어렵고 단속 인력도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1년에 한두 번씩 불법 총기 단속 기간에 수사를 하지만 사제 총기를 만들거나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총기 사고 근절을 위해 총기 제작 및 사용과 관련한 전면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총기뿐 아니라 총알을 모두 수거하고, 총기 제작이 가능한 설비를 갖춘 관련 업소부터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황성호·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