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혼다타일랜드’ 역전우승 한국인-한국계 개막 4승 싹쓸이 양, 2008년 데뷔 2013년에야 첫승… 2014년 또 부진에 한때 포기 생각도 “고생한 부모님께 미안함 덜게됐어요”
1일 태국 촌부리 시암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희영(왼쪽)에게 공동 2위에 오른 이미림이 맥주 세례를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양희영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마니아리포트 제공
글 마지막에 느낌표를 5개나 찍을 만큼 격한 감정을 드러냈던 양희영이 1주일 만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정상에 섰다. 1일 태국 촌부리 시암골프장 올드코스(파72)에서 끝난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4라운드에 들어간 양희영은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이미림(25·NH투자증권), 쩡야니(대만)를 2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승리를 확정지은 뒤 이미림, 김효주(20·롯데), 박인비(27·KB금융그룹) 등 동료 선후배들의 시원한 축하 물세례를 받은 양희영은 “꿈만 같다. 믿어지지 않는다. 후반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가 쏟아져 이건 연습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카누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양준모 씨(51)와 창던지기 국가대표로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동메달리스트인 어머니 장선희 씨(51) 사이에서 태어난 양희영은 수영 선수를 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2004년 골프 유학을 떠나 17세 때 아마추어 신분으로 ANZ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당시 유럽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뛰어난 실력과 체형까지 비슷해 ‘남반구의 박세리’로 주목받은 양희영은 2008년 주위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6시즌 118개 대회에서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우승 갈증에 허덕였다. 첫 승 이후 지난해 다시 무관에 그쳤던 양희영은 지난 시즌 막판 3개 대회에 연이어 불참했다. “어떤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다. 굳이 대회에 나가면 뭐 하나 싶었다. 골프를 관두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까지 고려했던 그는 “쉬면서 오히려 골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 대비해 두 달 동안 매일 오전 6시부터 한국계 골퍼인 비키 허스트와 18홀 연습 라운드를 돌며 10달러 내기도 해가면서 어느 때보다 훈련에 매달렸다. 양희영은 “고생하신 부모님과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게 됐다. 앞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LPGA투어 데뷔전에 나섰던 김효주(20·롯데)는 이날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23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는 “성적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하루도 오버파를 치지 않은 걸 보면 정말 열심히 친 것 같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비거리가 늘어나고 있고 시력 교정 수술 결과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5시간 가까운 라운드를 마친 김효주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다시 퍼터를 들고 연습하기 위해 그린으로 갔다. 세계 랭킹 2위 박인비는 공동 7위(11언더파)로 마감했다.
촌부리=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