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ML행 불발 충격 털어낸 김광현
체인지업으로 생애 첫 삼진을 잡고 기뻐하는 김광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접어든 지난달 28일. SK 에이스 김광현(27)은 불펜 보조 요원들과 후배 투수들을 고깃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나도 막내 생활을 오래 해 봐서 캠프 때 후배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고 잔일을 도맡아 하는 불펜 보조 요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식사 자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갑자기 팀 미팅이 소집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안 먹어도 배부른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안산공고 에이스로 활약하던 김광현을 지켜보던 SK 관계자도 그의 인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는 “우연히 합숙소를 방문했는데 3학년이던 김광현이 혼자 남아 청소를 하고 있더라. 남다른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옆에서 지켜본 김광현도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분명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그 대신 속으로 독기를 품었습니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메이저리그가 탐내는 선수가 되도록 자신을 갈고닦기로 한 것이지요. 직구-슬라이더의 투수였던 그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연마하고 있는 무기는 체인지업입니다. 그는 이미 3, 4년 전에도 체인지업을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직구를 던질 때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 폼이 크게 차이가 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절실히 두드리면 문이 열리는 것일까요. 지난달 27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그는 2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습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한 것입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너무 기뻐 체인지업 그립을 보여주는 세리머니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의 세리머니를 지켜본 동료들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이긴 줄 알았다”고 놀리면서도 김광현의 성장을 함께 축하해 줬습니다.
LA 다저스 류현진에게 구대성이라는 체인지업 스승이 있었던 것처럼 김광현에게는 룸메이트이자 절친한 형인 정우람이 있습니다. 김광현과 같은 왼손 투수인 정우람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지는 선수로 꼽힙니다. 거의 붙어 다니는 둘은 캐치볼을 할 때도 체인지업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합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익히면 투구 수를 줄이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내가 오래 버티면 중간 투수들의 부담도 줄어든다. 김광현이라는 투수가 직구, 슬라이더 말고 체인지업도 던질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을 타자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김광현은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털고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올라선 김광현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