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오빠 등 모여 살아 경성시내와 가깝고 도피 쉬워… 성북동 만해 한용운 영향도 큰듯
유관순 열사의 오빠로 항일운동단체 설악회를 설립했던 유우석 선생의 서울 성북구 정릉동 집. 2013년 가을 철거돼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성북문화원 제공
이들의 공통점은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을 뿐 아니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살았던 ‘이웃사촌’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왜 북악산 북편 외진 산동네에 모여 살았을까.
연구자들은 정릉이 지닌 지리적 장점에 주목했다. 성북구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강성봉 성북문화원 사무국장은 1일 “정릉 일대는 경성(京城·일제강점기 서울의 지명)과 가까워 왕래가 쉽고 명동 남산 등지와 달리 일본인이 거의 살지 않아 독립활동을 기획하기 용이했다”며 “이런 점이 알려지면서 1930년대 이후 독립운동가들이 하나둘 모여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강원도 평안도 등 한반도 동북권을 잇는 기점인 ‘미아리고개’와도 가까워 유사시 일본 경찰을 피해 달아나기 유리한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선조들의 독립유산을 지키려는 후손들의 노력은 부족하다. 여동생 유관순과 함께 충남 천안에서 3·1운동을 주도한 유우석 선생(1899∼1968)이 사망한 정릉동 가옥(604-16번지)은 2013년 가을 흔적도 없이 헐렸다. 구 관계자는 “올해부터 정릉과 성북동 일대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발굴하고 ‘독립운동가의 길’ 코스 개발 등 구 차원의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