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하위등급 10% 강제할당 간부 승진 대폭 줄어… 위기감 반영
삼성그룹이 계열사별로 부장급 이하 인사평가 대상자 중 10%에게 ‘NI(Need Improvement·인사평가 5단계 중 4번째 단계)’ 등급을 주도록 강제 할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일자로 발표된 부장급 이하 직원 승진 규모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각 계열사는 지난달 27일 이런 인사평가 기준을 반영해 확정한 직원 승진자 명단을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일부 계열사는 승진 대상자들이 무더기로 고배를 마셔 직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조 계열사 관계자는 “사내 한 부서의 경우 승진 대상자 중 절반이 탈락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승진 규모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직원 평가 등급을 워낙 엄격하게 산정해 승진을 앞둔 직원들 중 상당수가 승진 커트라인(승격 포인트 누적 합산)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한 부서 승진대상자 중 절반 탈락도 ▼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부서별로 EX(Excellent), VG(Very Good), GD(Good), NI, UN(Unsatisfactory) 등 5단계로 나눠 직원을 평가한다.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은 등급별 할당 비율을 EX 10%, VG 25%, GD 55%, NI 10%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승진에 치명적인 NI 등급에 대한 할당 비율을 채운 적은 없었다. 사실상 ‘퇴출 통보’나 다름없는 UN 등급도 계열사별로 1, 2명 나올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와 보상 모두 철저히 성과 위주로 책정하는 게 삼성식 경영 스타일”이라며 “지난해 12월 그룹 전체 임원을 100여 명 줄인 것처럼 직원 인사평가를 강화함으로써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직원들은 근래 가장 ‘우울한 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6년 만에 직원 연봉을 올리지 않기로 하면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도 연봉 동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은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