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일 일요일 흐림. 너에게 주문을 건다.
#147 Screamin’ Jay Hawkins ‘I Put a Spell on You’(1956년)
미국 가수 스크리민 제이 호킨스의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 앨범 표지.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재밌지도, 심지어 야하지도 않다고 풍문으로 다 들었소. 그래서 안 봤소.
이 영화 OST 첫 곡이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란 것만은 아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블루스 곡이오. 1956년에 나온 이 노래. 60년간 이후 세대 젊은이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소. 1934년 이상의 ‘오감도’를 우연히 집어든 아이들이 지난 80년간 놀라 왔던 것과 어쩜 비슷하오. 이 노래 처음 지어 부른 스크리민 제이 호킨스(1929∼2000). ‘전설’이란 표현이 딱 적당한 아티스트요. 본명은 제이 호킨스. ‘비명 지르는’이란 예명이 앞에 붙은 게 이 노래 때문이오.
‘내가 너에게 주문을 건다/넌 내 것이니까/하던 일을 멈추라.’ 색소폰의 기계적인 스타카토가 주도하는 R&B 악곡에 맞춰 호킨스, 음산하게 노래하오. ‘으흐흐허허허헛!’ 섬뜩하게 웃어젖히다 악을 내지르오. 신들린 부두교 주술사처럼 말이오. 스튜디오에서 잔뜩 취한 상태로 녹음한 탓에 이후에 본인도 녹음된 자기 노래를 따라 연습해야 했다 하오. 이 곡을 듣다 보면 노래엔 안 나오는 이런 스토리도 떠오르오.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 주인집 아낙을 사모하던 흑인 노예가 백인 가족들로부터 몰매를 맞아 죽임 당하고 땅에 묻힌 뒤 좀비가 돼 깨어나 주술사의 방울을 흔들면서 천천히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호킨스는 이 노래 부르기 전 무대 위에 관을 준비했소. 전주가 나오면 관에서 벌떡 튀어나와 광기 어린 노래를 시작했소. 오른손에 쥔 지팡이 끝엔 불붙은 담배를 입에 문 작은 모형 해골을 달고. 지금 봐도 대단하오. 앨리스 쿠퍼, 메릴린 맨슨으로 이어진 쇼크 록(충격적인 시각 요소를 강조한 록) 계보 꼭대기에 바로 호킨스가 있소. 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참을 수 없어/네가 날 그런 식으로 깔아뭉개는 것/너에게 주문을 건다/넌 내 것이니까/너에게 주문을 건다/너에게 주문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