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
남녘엔 봄이 왔다고.
머리를 땋아주시듯 곱게 묶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남녘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벌써 어머니의 젖망울처럼
꽃망울이 맺혔겠다.
바람 속에선 비릿한 소똥 냄새 풍기고
송아지는 음메 울고 있겠다.
어머니가 싸서 보낸 보자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식구들의 밥이 식을까봐
밥주발을 꼭 품고 있던 밥보자기며,
빗속에서 책이 젖을까봐
책을 꼭 껴안고 있던 책보자기며,
명절날 인절미를 싸서
집집마다 돌리던 떡보자기며,
그러고 보면 봄도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서 보냈나 보다.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풀꽃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꽃 보자기에 싸서.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봄은 한 걸음 다가왔다 두 걸음 물러나는 듯 안타까이 더디 온다.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어김없이 시간은 가고 봄은 제가 오고 싶건 말건 기어이 오게 돼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메리 올리버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에 한 해의 이맘때 썼을 구절이 있다. ‘지치고 졸린 겨울은 긴긴 밤에 천천히 달을 윤나게 닦고 북쪽으로 물러난다. 겨울의 몸이 줄어간다. 녹아간다.’ 그 달은 우리에게 정월 대보름달이다. 대보름달이 기울면서 겨울의 몸은 사뭇 줄어가리라. 다음 보름달은 봄으로 차오른 달이리라.
다용도로 톡톡히 쓰이던 어머니의 보자기를 기억 속에서 정답게 떠올리며 화자는 ‘그러고 보면’ 어머니가 이번에는 봄을 보자기에 싸서 보낸 거라고 흥겨워한다. 화자를 감싸듯 나풀나풀 내려오는 봄, 어머니의 꽃 보자기.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