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말은 제주도로, 기계공학도는 부산대로!
사업비 365억 원이 투입돼 2017년 완공되는 통합기계관(지하 1층, 지상 11층) 조감도. 교내 10여개 건물에 분산 배치돼 있는 기계공학부가 한 곳에 모이면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자신의 적성을 잘 모를 수 있다. 따라서 5년, 10년 뒤 선택의 폭이 넓은 학과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계공학부는 찬스가 많다.”(99학번 조민국)
“대학은 온갖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다. 학점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많이 느껴보길 바란다. 사회에 진출하면 그게 중요하게 작용한다.”(09학번 하유정)
2015년 1월 29일 열린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합격자 및 학부모 초청 설명회. 합격자, 학부모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기계공학부와 나의 명함’이라는 부제가 붙은 ‘졸업생 이야기’ 코너는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최종 등록 마감 직전의 학부(과) 설명회는 ‘한 해 농사’를 결정짓기에 무척 중요했다. 다잡은 물고기(성적 우수 합격자)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열린 부산대 기계공학부 수시합격자 오리엔테이션 모습.
첫 번째 발표자인 조민국 씨(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책임연구원)는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 쌓는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은 그걸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기업은 학생들이 전공분야를 폭넓게 배우고 입사해 줄 것을 원한다.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된다. 그래서 그것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휴먼테크 논문 금상, 젊은 엔지니어상 등 30번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공학박사 조 씨는 지금까지 논문 25편, 특허출원 100건을 기록해 후배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불린다.
하유정 씨(유한킴벌리)는 본인의 희망대로 두 번째로 발표했다. 하 씨는 “학부 설명회에는 대단한 졸업생 선배님들만 오신다. 내가 신입생 때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면 잘될 수 있다는 것을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오늘 두 번째 발표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하 씨의 PPT 첫 페이지 왼쪽에는 ‘대학교 성적 장학금 0회, 대학교 2학년 학사 경고 1회, 3학년 2학기 1회 휴학’이라고, 그 오른쪽에는 ‘유한킴벌리 김천공장 최초 여자 기계엔지니어, 입사 8개월에 진행한 프로젝트(제지기계 리빌딩) 성공’이 적혀 있었다. 기자가 보기엔 하 씨도 범상치 않았다.
부산대 기계공학부 박원규 학부장은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1973년 기계계열 특성화 공과대학으로 지정된 이래 여러 국책사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왔다. 학부(CK-1), 대학원(BK21+), 산학협력(LINC)의 삼위일체 시너지효과로 부산대 기계공학부가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에너지, 기계설계, 정밀가공, 제어자동화, 원자력 등 5개 세부 전공으로 나뉜다. 입학 정원 300명의 대단위 학부로서 전임교수가 무려 60명. 따라서 다른 대학의 유사 학과보다 개설 강의수가 많고, 소규모 학과에서는 개설이 곤란한 융합교과목을 상설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공학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담당교수 혼자서 강의를 한다. 하지만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동력파트, 설계파트, 가공파트, 제어파트 교수진(4인 이상)이 팀티칭을 통해 5개 세부전공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에너지시스템 분야 전문 엔지니어가 목표인 정택민 씨(4학년)는 “우리 학부는 3학년 2학기 때부터 5개 세부 전공별로 각자가 원하는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대체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나는 환경에너지공학 등을 관심 있게 수강했고 내 꿈에 차근차근 다가서고 있다”고 밝혔다.
21개의 연구센터는 약 700여 건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비 365억 원을 들인 통합기계관(지하 1층, 지상 11층)이 2017년에 완공되면 10여 개 건물에 분산돼 있던 기계공학부가 한곳에 모여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대 기계공학부 CK-1 사업단이 주관한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특강에 참여한 학생들이 실험키트를 조립하고 있다. IoT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시키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를 말한다.
부산대 기계공학부 졸업생의 최근 3년간 평균 취업률은 90%. 청년 취업난은 딴 나라 얘기다. 취업자 중 81%는 국내와 해외 대기업에 들어갔다. 취업의 질도 높은 것이다.
김태호 씨(4학년)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취업 타깃도 해외로 넓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 롤스로이스와의 국제 인턴십 등 해외기업 연계 인턴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 중인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외에도 이 학부 출신의 기업 CEO가 330여 명, 대기업 임원이 430여 명, 대학교수가 260여 명으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4년 2학기 기준, 학부생의 장학금 지급률은 71%, 1인 평균 150만 원. CK-1과 특성화 우수학과에 잇달아 선정돼 2015년 장학금 혜택(지급률 90% 이상, 1인당 평균 200만 원 이상)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다정 씨(3학년)는 “내 학점은 최상위권이 아닌데도 그동안 모든 학기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우리 학부는 그만큼 장학금의 종류가 많고 재원도 풍부하다. CK-1 등 각종 국책 사업 근로학생은 용돈까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부산대에 진학하면 부울경 지역에 근무한다.” 고교생들 사이에 오고가는 얘기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특히 기계공학의 경우 대부분의 기계 중공업 산업이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몰려있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전공을 살려 취직하게 되면 부울경 지역에서 근무할 확률이 높다.
전기자동차(EV)는 각종 환경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고 기존 내연기관보다 몇 배의 연비를 낼 수 있어 미래의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대 기계공학부 학생들(앞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태호, 정택민, 김다정)이 전기자동차의 RPM별 효율을 테스트하고 있다.
부산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부산대 기계공학부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열세이고, 학생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 소재 대학의 기계공학과를 선호하는 이유는 ‘서울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가 대부분이었다.
부산대 기계공학부 김용태 교수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판단을 할 때 의미 없는 잣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부울경 지역 학생이 부산대(국립대)와 서울소재 사립대를 진학했을 경우 4년간 소요되는 총비용(학비, 생활비 등)의 차이는 8000여만 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입학성적 특별 우수장학생(4년 등록금 면제+매달 생활비 50만 원 지급)인 정 씨는 “CK-1 사업 덕분에 겨울방학 때 한 달간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연수(frontier lab mini)했다. 여름 방학 때 또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있어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2014학년도에 수시에서 65%, 2015학년도에는 수시에서 57%를 선발했다. 2014학년도 최종 합격자의 수능 평균 등급은 일반전형 2.35등급, 고교생활우수자 1.99등급, 입학성적 특별 우수자 2.31등급이었다. 정시는 가군 2.45등급이었다.
부산=안영식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