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늘 본회의에서 민간 언론인과 사립학교 직원을 포함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처리를 시도한다. 앞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아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로 대폭 축소하는 등의 수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언론인과 사립 교원 포함 조항은 그대로 뒀다.
김영란법의 목적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혹은 준(準)공직자의 부정청탁, 그중에서도 형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부정청탁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면서 공영방송인 KBS, EBS 직원과 균형을 맞춘다는 구실로 민간 언론을 끼워 넣었다. 민간 언론인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자가 아니다. 사립학교 직원도 공립학교와 균형을 맞춘다면서 세금으로 월급 받지 않는 자립형사립고 교사와 사립대학 교수도 일률적으로 포함시켰다.
민간 언론인과 모든 사립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명백히 위헌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 아니라 민간의 특정 영역을 따로 떼어내 다른 민간 영역과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 원칙에도 위반된다. 이 법을 제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당초 취지와 다르다며 황당해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는 논의하지도 않고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족 범위 축소 등에만 급급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 등은 어제 오후 늦게 100만 원 초과의 금품수수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하고, 100만 원 이하는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여야 모두 민심을 의식해 더이상 김영란법 처리를 늦출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 시행 시기를 공포 1년 6개월 뒤로 늦춘 것을 보면 납득되지 않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여야 합작으로 위헌 소지가 분명한 법안에 합의한 진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