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시절 반체제 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도 독극물 테러의 대상이었다. 러시아 국가정보위원회(KGB) 전직 요원의 자서전에 따르면 1971년 백화점 사탕코너 앞에 줄을 선 작가와 우연히 부딪친 척하면서 그의 팔목에 독약을 묻혔다. 솔제니친은 온몸에 물집이 생기는 괴질로 고생했으나 의사들은 병명을 밝히지 못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으나 KGB의 공작 목적도 달성됐다. 그건 바로 ‘누구도 믿지 못하도록 만들고 공포에 떨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모든 이를 의심하고 주변을 경계하는 것, 이 역시 죽음만큼 무서운 형벌일 터다.
▷모스크바에서 암살된 푸틴의 정적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를 추모하는 집회가 그제 러시아 곳곳에서 열렸다. 넴초프는 보리스 옐친 정권 시절에 부총리를 지낸 개혁파 정치인으로 푸틴 집권 이후 반정부 지도자가 됐다. 최근 인터뷰에서 “푸틴이 나를 죽일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국내외에 충격을 던졌다. 런던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한 리트비넨코의 부인은 넴초프의 죽음에 대해 “기시감(旣視感)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