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교내외 인사들 ‘사랑의 쓴소리’ 취업난-삼포세대 불안감 겨냥… “풀죽어 미래만 한탄말라” 충고 “침체의 시대 무거운 책임감” 공감… 새내기들 인생개척 북돋우기도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015년 고려대 입학식에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학생들에게 “값싼 위로에 만족해 하루하루를 허비하지 말라”며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뼈 있는 한마디에 체육관을 가득 메운 신입생과 학부모 6000여 명의 표정은 엄숙해졌다. 대학생활의 첫걸음을 축하하는 입학식과 어울리지 않는 비장한 분위기였다.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015학년도 입학식’에서 염재호 총장은 신입생들에게 축하 대신 따끔한 충고가 담긴 ‘축사’를 했다. 지난달 취임한 그는 “여러분은 항구에 도착해 짐을 푸는 선원이 아닌 기나긴 항해를 앞둔 선원”이라며 “불확실한 미래를 한탄하고 풀죽어 있는 청춘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개척하는 지성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려대와 같은 날 열린 서울대 입학식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날 축사를 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성장의 시대에서 침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경제, 인구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그 많았던 기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좋은 날에 답답한 이야기를 꺼내 미안하다”며 “젊은 세대가 교착상태에 빠진 나라에 새로운 모멘텀을 부여할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립대 입학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요즘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뿐 아니라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유행한다”며 “젊은이들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사는지 비추는 거울 같아 깊은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입학식에서 “우리가 사는 시대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어렵다”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곧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라며 건투를 빌었다.
이처럼 달라진 축사는 취업의 전초기지로 전락해버린 캠퍼스의 불안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적 키워드인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입학식 축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취업난, 삼포세대 등 부정적인 시대 조류에 (신입생들이) 침몰되지 말라는 당부도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