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마지막 투혼’ KIA 최희섭
KIA 최희섭이 2일 일본 오키나와 긴 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말 김기태 감독이 KIA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지 않았다면 최희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고참 선수들과의 소통에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과 만난 뒤 최희섭은 다시 한 번 ‘마지막’을 다짐했습니다.
그런 최희섭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2일 일본 오키나와 긴 구장에서 만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 있다 또 고꾸라지겠지’ 하고 비웃는 것을 나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무슨 말을 해도 비난을 받았고, 그런 사실이 힘들기도 했다. 지금은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지난해 말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마무리훈련에 고참 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했습니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동참이었습니다. 이후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4개월간의 긴 훈련을 모두 소화했습니다. 캠프 막판 허리가 좋지 않았지만 연습경기까지 뛰었습니다. 최희섭은 “아마 예전의 나였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귀국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웃더군요.
올해 KIA의 전력은 하위권으로 평가받습니다. 군에 입대한 안치홍 김선빈 등 빠진 선수는 많은 반면 전력은 거의 보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훈련한다고 했지만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한국, 일본 팀과의 9차례 연습경기에서 전패를 했습니다. 9경기 동안 내준 점수만 무려 103점입니다.
부족한 전력을 상쇄할 수 있는 건 팀 분위기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최희섭입니다. 최희섭은 일단 훈련까지는 ‘완주’를 했습니다. 김 감독은 “희섭이가 아프지만 않고 엔트리에 들어 있는 것 자체가 우리 팀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 손을 내밀어주신 감독님과 팀 동료들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많은 것을 받아왔지만 이젠 내가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몇 년 만에 그는 동료들과 함께 출발선에 섰습니다. 마지막 테이프를 끊을 때도 동료들과 같이 있어야 비로소 팬들도 최희섭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