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우디 정상회담 경제분야 6조원 규모 MOU 체결… 전자정부시스템 구축 수주도 기대
공항 마중나온 사우디 국왕 중동 4개국을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두 번째 순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있는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오른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 뒤에 있는 여성 통역관은 사우디 전통의상인 아바야를 입고 있다. 리야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스마트 원전, 사우디에 첫 수출
박 대통령은 3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스마트 원전과 창조경제, 보건의료 등 새로운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사우디는 한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자 최대 해외 수주 시장이다. 이날 양국은 경제 분야 양해각서(MOU)만 14건을 체결했다. 이날 맺은 MOU에 따라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이 54억 달러(약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원전은 높이 5.5m로 건물 2층 높이 규모다. 가장 큰 장점은 일체형 원전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작다는 데 있다. 대형 원전처럼 분리형 원전은 기기를 연결하는 배관이 조금만 깨져도 고온고압의 방사능 오염 물질이 새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처럼 중소도시가 국토 곳곳에 분산돼 있는 경우 중소형 원전이 효율적이다. 대형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각 도시로 보낼 경우 전력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우디 이전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현재 대전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하는 SK텔레콤은 사우디텔레콤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방식과 투자 구조 등을 전수할 계획이다.
한국투자공사와 사우디의 킹덤홀딩컴퍼니(KHC)는 공동투자협력 MOU를 체결했다. 양 기관이 사우디나 제3국의 신규 투자처를 함께 발굴하기로 한 것이다. KHC는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1980년 설립한 세계적 민간투자회사다. 사우디의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에도 한국 기업의 수주가 예상된다.
○ 한반도 통일, “한 방울의 빗방울로부터 시작”
한반도 통일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사막에 내리는 비도 한 방울의 빗방울로부터 시작된다’는 중동의 속담처럼 한국 정부는 남북 간 민생과 환경, 문화 분야의 작은 협력부터 시작해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며 “한반도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올바른 방향과 원칙 아래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말했다.
사우디에서는 모든 여성이 검은 망토 모양의 의상인 ‘아바야’를 입어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여성 경호원은 입지 않기로 양국이 사전 협의했다. 다만 통역을 포함한 일부 여성 수행원은 아바야를 착용했다.
한편 쿠웨이트에서는 한국 중소·중견기업 28개 업체가 쿠웨이트 기업 92개사와 133건의 상담을 통해 1500억 원의 실질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한국 기업이 쿠웨이트 최대 쇼핑센터인 애버뉴몰에 키즈카페를 조성하기로 해 중동 지역에 한국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통령 순방 기간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이 일대일 상담회를 열어 즉석 계약을 한 것은 처음이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