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들 北인권실상 고발 회견
탈북 여성들이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 여성들의 인권 실상을 알리고 인권 개선 및 그 가해자 처벌을 위한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자신이 겪었던 북한 내 인권탄압 행태를 증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송경옥, 김은미, 안혜경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부모, 형제, 친척이 굶어서 죽어가는 모습 목격하신 분 손들어 보겠습니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가 청중석을 보며 이같이 묻자 앉아 있던 탈북 여성 50여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송 씨는 어릴 때부터 꽃제비 생활을 했다. 부모가 아이들이 배를 곯지 않게 해 달라고 밤마다 기도를 했는데, 북한 당국이 이를 이유로 정치범으로 몰아 잡아갔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부모를 잃은 송 씨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생활을 시작했다. 먹을 게 없어 개똥이나 거름을 뒤져 그 속에 든 옥수수 알을 씻어 먹기도 했다. 독이 든 풀을 먹고 온몸이 부어 앓아누운 적도 있다. 송 씨는 ‘죽을 때 죽더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4년 탈북했고, 건강이 쇠약해진 상태로 2008년 한국에 왔다.
2006년 탈북한 김 씨는 브로커를 잘못 만나 중국에서 수차례 인신매매를 당했다. 밤에 줄행랑을 쳤다가 붙잡혀 남성 3명에게 빗자루와 장작개비 등으로 밤새 얻어맞았다. 아파서 소리 지르자 그들은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들은 김 씨가 죽은 줄 알고 헌 이불로 둘둘 말아 놓은 상태였다. 온몸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안 씨는 북한 제567군부대 간호중대 사관장 출신으로, 2006년 탈북해 2010년 한국에 왔다. 그는 북한에서 군복무를 하며 목격한 여군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했다. 여군들은 입당하기 위해 상관에게 성 상납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상관들이 “성 상납을 하지 않으면 입당 안 시켜 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 노예’가 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해 생리 주기가 일정치 않고 성교육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배가 부른 뒤에야 임신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 씨는 이런 실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대표는 “이달 중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각국 주한대사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