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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후보자 청문회 지연에 대법관 공백… 한명숙 의원 - 이재현 회장 등 판결 차질

입력 | 2015-03-04 03:00:00

양승태 대법원장 “조속 개최를”… 정의화 국회의장에 이례적 친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지연에 따른 대법관 공백으로 인해 대법원의 주요 사건 판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정원을 못 채우고 있는 대법원 2부는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9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탈세 횡령 배임 사건, ‘유서 대필 사건’ 당사자 강기훈 씨의 재심 청구 등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사건을 다수 맡고 있다.

한 의원 사건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2만 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단만 앞두고 있지만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온 지 520일째(3일 현재)가 되도록 결론을 못 내고 있다. 한 의원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현역 의원이라는 이유로 법정 구속되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 “한 의원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정 구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의도적으로 박 후보자 청문회 개최 자체를 반대한다”는 뒷얘기까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18일 첫 재판에 넘겨진 이후 만성신부전증과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 유전병이 악화돼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당초 이 회장 측은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나는 21일 전에 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법관 공백이 이어지면서 CJ 측은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1991년 유서 대필 사건 당사자 강 씨도 서울고법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지 1년이 넘도록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승태 대법원장(67)은 3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박 후보자 청문회 개최를 요청하는 친서를 보냈다. 양 대법원장은 친서에서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면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사법부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국회가 대법관 임명동의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친서는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정 의장에게 전달됐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입법부에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직접 적어 보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법원장은 헌정 이래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적이 한 차례도 없다는 점을 들어 논란을 감수하고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법원장이 국회에 서한을 보낸 건 그만큼 대법원이 대법관 공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이 속했던 대법원 2부는 소부 정원 4명을 채우지 못해 기존 이상훈 김창석 조희대 대법관 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3일경부터 신임 대법관이 맡아야 할 사건을 나머지 대법관 11명에게 나눠 배당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매월 사건 300건 정도씩 처리가 늦어지고 전원합의체 재판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가 2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참여 경력 등을 이유로 임명 부적격 입장을 공식 표명하려다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후보자와 함께 수사팀에 참여했던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은 과거 대한변협에서 인권위원회 공보이사를 지낸 적이 있어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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