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모아 당구장’의 무나씨 개인전… ‘오마일’의 ‘식빵 파낸 크림파스타’
무나씨의 잉크 드로잉 ‘정말이지너는’(2014년). 작가는 “마음속 우물쭈물 티격태격 옥신각신 난감함의 주범은 늘 내 앞에 앉은 나 자신”이라고 했다. 대림미술관 제공
오마일의 ‘식빵과 함께 먹는 해물크림파스타’.
8일까지 개인전 ‘정말이지너는’을 여는 일러스트레이터 무나씨(본명 김대현·35)는 작품 앞에서 사람들이 당구 치는 광경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가부좌한 인물을 여러 겹 모시스크린에 프린트한 설치작품 ‘여러 하나’를 당구대 위에 바투 매달았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무나씨는 그래픽디자인 회사에 다니며 먹물과 검정 잉크만 쓰는 드로잉 작업을 해 왔다. 3학년 때 동양미술사 책에 나온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가 맘에 들어 따라 그리다가 동그랗게 솟은 뒤통수와 게슴츠레한 눈 코 입을 가진 페르소나 캐릭터를 얻었다. 그는 “내 안에 스스로 갇힌 내가 싫어 ‘나는 없다’라고 선언하고 싶었다”며 “무아(無我)에 가까워지고 싶어 만든 닉네임이 어찌어찌 불리다 보니 ‘무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아 ‘메종키츠네’ 등 패션업체와 협업하며 미국 뉴욕타임스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진지하면서도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은 당구장 전시실 옆 큰길을 건너 간판 없는 레스토랑 ‘오마일(5mile)’에 앉았다. 2011년 5월 문을 열어 널찍한 창고 구석 낡은 소파에 널브러진 채 스낵과 맥주를 즐기는 분위기로 입소문을 얻은 곳이다. 철물과 목재로 마무리한 내부 공간이 허술한 듯 깔끔하고 맵시 있다. 바삭하게 구운 식빵 속을 네모꼴로 파서 담아낸 크림파스타가 대표 메뉴다. 매콤한 떡볶이와 착착 붙어 넘어갈 식감이다. 메뉴판에 떡볶이, 있다. 음식점의 국적? 그런 경계 없어진 지 오래 아니던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