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은행 인수-지점 설립 박차

저금리로 ‘먹거리’가 줄어든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성장활력을 동남아시아에서 찾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북미, 유럽과 달리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은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아직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에서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 미얀마 재도전, 마이크로파이낸스에도 관심
신한은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한’의 이미지부터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국내 업체로부터 1억 달러어치의 농기계를 수입하기로 한 미얀마 정부에 총 8500만 달러(약 918억 원)를 저리에 빌려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미얀마 농촌개발사업 등 사회공헌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지점을 승인받겠다는 목표로 미얀마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 방안을 찾고, 여러 가지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점 설립 승인을 얻기 어려운 만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회사인 ‘마이크로파이낸스’에서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을 출범해 현지의 영세 자영업자나 농민 등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미얀마에서의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 설립을 타진 중이다. 우리은행 손태승 부행장은 “지점 승인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며 평판을 쌓아가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여타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현지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 ‘말리스(Malis)’ 인수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연내 필리핀 현지의 저축은행 인수, 베트남 현지 은행 인수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을 바탕으로 카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 금융당국도 해외 진출 독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기업의 탄생을 위해서도 개별 금융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기업들을 위한 무역진흥공사와 같은 별도의 독립된 전담조직 설치를 고려할 만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요구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올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국가와의 인적 교류를 지원함은 물론이고 연내 은행혁신성 평가 내 해외 진출 평가지표도 더 정밀하게 손을 볼 계획이다. 내실 있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은행이 혁신성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평가지표를 다듬어 단순히 혁신성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넘어 자체 지표로도 의미를 가지게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