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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경환 부총리, 디플레 우려만 말고 특단의 대책 내놓으라

입력 | 2015-03-05 00:00:00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어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연에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고도 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까지도 기재부가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하더니 처음으로 ‘진짜 불편한 진실’을 인정한 셈이다.

작년 7월 최 부총리가 취임해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실세’ 부총리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내수 활성화를 외치며 막대한 재정을 풀었던 ‘초이노믹스’는 가계소득 증가에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이제 디플레를 우려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런데도 최 부총리는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정치인이면 총선을 해야 한다”며 내년 출마 의사까지 밝혔다. ‘곧 떠날 사람’의 말이 시장에서 먹혀들지 걱정스럽다.

나라 경제가 디플레에 빠지면 어떤 정책수단을 써도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 이 때문에 디플레가 현실화하기 전에 모든 재정 및 통화정책 수단을 강구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미 경제계에선 얼어붙은 투자와 소비 심리를 녹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어제 최저임금 상향 조정 등 근로자 임금 향상을 통한 내수 부양책을 제시했다. 정부의 정책수단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한 것이다. “3, 4월에 노동 구조개혁과 관련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져 6월 국회에서 결판이 나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타협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식이어선 한시가 급한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없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나라면 매일 노동계와 대화해 현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그런 결기와 행동을 보인 적이 있는가.

국민은 최 부총리에게 고도성장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경제평론을 하면서 국회가 결판을 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정책을 실현시키는 부총리를 원하는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관광진흥법 등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이 총리와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는데도 국회를 움직이지 못하면 무능한 정부다. 말로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만나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겠다던 실세답게 획기적이고도 정교한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