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 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일관된 정책을 통해 주식시장을 살렸다는 점은 평가받고 있다. 2012년 12월 26일 아베 정권 출범 당시 10,230엔에 불과하던 닛케이평균주가는 2년 남짓 만에 갑절을 바라보고 있다.
코스피도 2007년 7월 2,000을 처음 돌파한 이후 이렇다 할 ‘퀀텀 점프’ 없이 7년 이상 박스권 장세에 갇혀 있지만 일본은 조금 더 심하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상징적 주가’인 20,000엔을 이미 28년 전인 1987년 초에 돌파했고, ‘버블 경제’의 최전성기였던 1989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38,915엔까지 기록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정책의 힘’이 시장 주도로 완전히 작동하는 단계는 아니다. 15년 전과 지금의 시가총액 상위기업 면면을 비교했을 때 도요타, NTT, 소프트뱅크 등 자동차, 통신기업이 약간씩의 순위 바꿈을 했을 뿐 큰 틀의 변화는 없다. 소니, 후지쓰 같은 상위 정보기술(IT)기업 시총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틈을 타 덩치가 커진 금융기업, 공기업이 치고 들어온 것 정도가 눈에 띈다.
‘혁신’이라 일컬을 만한 기업으로는 ‘유니클로’로 유명한 퍼스트 리테일링(약 4조5000만 엔·시총 15위권)이 거의 유일하다. 일본 중견기업 1900개를 포함하는 토픽스지수도 15년 전에 비해 10% 이상 낮아 주가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최근 장세에 대해 “감개무량하다”고 한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공무원들의 정성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인직
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