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창의적인 집단이 되기 위해선 직원 구성이 다양해야 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비판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경직된 문화 속에서 창조적인 집단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기업에서 남녀 성비가 균형을 찾아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기업 내 여성 인력 증가가 반드시 창의적 문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와 버클리대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기업에서 남녀 간 소통방식과 업무에 대한 기대치 등이 크게 달라 상호 불확실성과 불신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녀가 섞여 근무하는 환경에서는 남자 직원은 여성들에게 성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힐 것을, 여자 직원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남성들로부터 거절당할 것을 우려해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의사를 개진하지 못하고 수동적, 순응적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이성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대학생 26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기업에서 흔히 진행하는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회의를 하면서 참가자들의 언어 사용을 때때로 제한하거나 순화된 표현만 쓰도록 강제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했을 때 더 많은 아이디어와 의견이 창출되고 남녀 간 소통이 원활해짐을 발견했다. 엄격한 규범이 집단을 오히려 더 창조적으로 만든 것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