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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장윤정]가계부채 해결 골든타임

입력 | 2015-03-05 03:00:00


장윤정 경제부 기자

“이제 지쳐서 전세살이 못하겠어. 대출 받아서라도 집 살 거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사는 지인들이 부쩍 늘었다. 집값이 오르리라는 확신이 없는데 뭘 믿고 수억 원을 들여 집을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이었지만 끝없이 올라가는 전세금 앞에서는 다들 도리가 없었다. “나중에 집값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긴 한데….”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확신은 없어보였지만 마침 대출금리도 낮아진 터라 상당수가 은행에 손을 벌려 내 집 장만을 했다.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모습이 주변 지인들의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한국은행이 2월 26일 발표한 ‘2014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금융기관에서 빌린 돈과 신용카드 빚의 합계) 잔액은 108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67조6000억 원(6.6%) 늘었다. 특히 작년 9월 말보다 29조8000억 원(2.8%) 증가해 한 분기 증가 폭으로는 200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주된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였다. 4분기에만 은행에서 15조4000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

가계 빚이 이처럼 고삐 풀린 듯 늘어나자 금융당국도 같은 날 ‘가계부채 평가 및 대응 방향’을 내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정부의 분석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부채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신규 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에 사용되는 등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대응방안도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갈아타기용’ 2%대 장기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상품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민간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가계부채가 유례없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잠재적 위험이 되고 있는데 정부의 대책은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부동산 등 경기 부양을 고려하다 보니 가계부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가 위험하다”고 고백하는 순간 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것인 만큼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계 빚이 1100조 원에 다가섰다는 점, 또 그 증가 속도가 역대 최고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가계부채 규모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하는 데 기자회견의 상당 시간을 할애한 당국의 태도는 다소 안이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안심전환대출이라는 대응책을 내놨지만 동시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올해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판가름 짓는 ‘골든타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자칫 경기를 살리려다 적절한 때를 놓치는 건 아닌지 주변에 늘어나는 대출자들을 보며 걱정이 커진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