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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대통령의 숨겨둔 재산

입력 | 2015-03-06 03:00:00


“떡을 만지는 사람의 손에 떡고물이 묻는 건 당연하다.”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은 전두환의 신군부에 의해 부패 정치인으로 몰리던 1980년 3월 ‘떡고물’ 발언을 했다. 계엄사령부는 그해 6월 권력형 축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후락의 축재 액수가 194억3510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떡은 도대체 얼마나 크겠느냐는 억측도 있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사적 착복을 하지 않았다. 개도국 통치자들 가운데 드물게 깨끗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934년 11월 은행 비밀법을 제정한 스위스엔 전 세계의 검은돈이 몰렸다. 탈세 자본, 범죄 조직, 부패한 권력자들의 떳떳하지 못한 돈이 비밀 계좌에 쌓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 씨 부부가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11개 은행에 분산 예치했던 약 20만 달러의 출처도 스위스 은행이었다. 검찰은 1994년과 1995년 소영 씨 부부를 상대로 외화 밀반출을 조사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준 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 노 전 대통령이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미국 법무부가 4일 전두환 일가의 미국 내 재산 122만6951달러를 몰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 소유의 로스앤젤레스 주택 매각 대금과 재용 씨 부인 박상아 씨의 미국투자이민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소송비용 10만 달러를 뺀 112만6951달러(약 12억3000만 원)가 한국에 온다. 레슬리 콜드웰 미 법무부 차관보는 “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기간 뇌물을 받고 부정부패를 저질러 한국인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가의 귀중한 자원을 훼손시켰다”고 수사 공조 이유를 밝혔다.

▷이번 조치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2205억 원 중 1099억 원을 환수하게 됐다. 여러모로 나라 망신을 시킨 그가 하루속히 나머지 추징금을 완납해 국민에게 속죄했으면 한다. 노 전 대통령은 2년 전 추징금 2628억 원을 완납했다. 재임 시 동생과 사돈에게 주었다는 돈을 우여곡절 끝에 받아내서.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