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당한 美대사/美전문가-시민 반응]
CNN 긴급 뉴스 타전 5일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왼쪽 위)가 미 CNN방송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테러 사태에 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힐 전 대사는 “치안이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CNN 화면 캡처
대부분의 미 한반도 전문가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런 일로 한미동맹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런 일이 터지면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의 오랜 한국 관련 업무 경험으로도 그렇고 대부분의 미국인도 이런 일이 결코 남한 내 반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은 리퍼트 대사의 회복과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잘 헤쳐 나갈 것이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매우 매우 불행한 일이 일어났지만 제복을 입는 미국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한미 관계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미 관계는 (이런 일로 흔들릴)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지낸 도널드 맨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대사와 가족을 위한 기도이다. 범인의 행동이 굳건한 한미 관계를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일이 혹여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사건을 접하고 너무 놀랐다”면서 “큰일이야 더 없겠지만 최근 웬디 셔먼 차관 건으로 한미 간에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터져서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미 정부 내에 있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번 일을 저지른 범인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소 수년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은 왜 한국 법원이 이 범인이 일본대사를 공격한 뒤 집행유예를 선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충격, 분노… 美 시민들
소식을 들은 미국의 일반 시민은 대부분 겉으로는 냉정하고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만 가장 친한 동맹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놀랍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보 듀어 씨는 “우리 (미국)대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아침을 먹다가 칼을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일반인의 생각엔 ‘아니, 한국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생각할 거다. 나도 그렇다. 한국 정부에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제니퍼 포스터 씨도 “미국이 한국에 뭐 그리 잘못했다고 강연하러 간 사람이 칼을 맞느냐. 한국에는 총이 없다는데 미국으로 치면 아침 먹다가 총 맞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