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필자는 이 개혁안이 우리의 정치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오랜 정치적 숙제였던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정당민주화를 구현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정치의 장을 확대하고 활성화시킨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부유하면서도 행복도가 높은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정치가 선진화되어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좀 더 확대하면 노르딕 국가들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 국가는 정치의 장이 폭넓게 열려 있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대변되고, 경합을 하는 이해관계들이 잘 조율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큰 갈등이나 다툼이 별로 없다. 정치가 국민의 걱정거리, 바람, 염원을 흡수해서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번 선관위의 개정안은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 소수정파들의 원내 진입을 좀 더 용이하게 함으로써 폐쇄적인 정치공간을 좀 더 개방하고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의 장이 넓어지면 정치 스펙트럼이 확대돼 좀 더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가 공론의 장에서 경합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는 사실상 양당제에 의해 지배되어 왔는데 이 양당제 아래서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주변 집단이나 언저리 집단은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 선거제도는 정치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이고, 정치는 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계기로 정치인들이 우리의 선거제도를 심각하게 성찰해 봤으면 한다.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