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검’(파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vs ‘흰금’(흰색 바탕에 금색 줄무늬).
요즘 며칠 사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잠깐이라도 들여다봤다면 이 단어들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파검’과 ‘흰금’은 국내에 앞서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달 26일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수 케이틀린 맥닐이 의류 브랜드 ‘로만 오리지널스’의 드레스 사진을 보던 중 지인들에게 옷 색깔에 대해 물었습니다.
논쟁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미국의 컨트리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등 유명인들도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22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의사, 심리학자,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포토샵’ 개발자 등 전문가들까지 나섰습니다. 이들은 조명의 차이, 빛의 양,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지 방식 차이 등으로 색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태는 로만 오리지널스가 “매장에서 판매되는 드레스의 실제 색상은 파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라고 밝히면서 진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색상과 상관없이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에는 최근 이와 관련된 패러디물이 등장했습니다. 한 누리꾼이 초록색의 ‘우루사’ 사진을 SNS에 올리며 “사실 이거 흰금입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한 대학의 동아리 회원들은 신입생을 모집하는 대자보에 검은색 잉크로 ‘이 글씨 사실 파란색이다’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사소한 것에 대한 논쟁’은 온라인에서 꾸준히 화제가 돼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에 대한 논쟁입니다. 이 질문은 2002년 12월 국내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 관련 코너에 게시된 후 지금까지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먼저 친 놈이 이긴다”는 식의 단순한 글도 있지만, “사자는 무리 생활을 해 일대일로 싸움을 하지 않는다”거나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다리 근육이 강한 호랑이가 이기고 넓은 평야에서는 사자가 이긴다” 등 진지한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탕수육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진행된 적도 있습니다. 한쪽은 “처음부터 소스를 튀김에 부어 먹어야 중화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튀김의 바삭한 맛을 없앨 작정이냐, 튀김은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며 지금까지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 수프부터 넣을 것인가, 면부터 넣을 것인가’, ‘상추쌈을 맛있게 먹으려면 쌈에 고기부터 얹어야 하나, 쌈장을 바른 후 고기를 얹어야 하나’ 등 논쟁 주제는 지금까지 수없이 나타나 왔습니다.
김범석 소비자경제부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