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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천정배의 조급증 정치

입력 | 2015-03-07 03:00:00


호남 출신 정치인들 가운데는 ‘목포가 낳은 3대 천재’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천정배 전 의원, 프로바둑기사 조훈현을 꼽는 이가 많다. 버전에 따라 일부 멤버가 바뀌기는 하지만 천정배를 빼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가 요즘 하는 선택을 보면 정치에서도 천재인 것 같지는 않다. 천 전 의원은 4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이 겉으로는 “명분 없는 탈당” “광주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을 하지만, 당장 인지도나 비중 면에서 천정배를 꺾을 만한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이 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보선 3곳 전체의 판도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천 전 의원에게 맞설 경쟁력 있는 인물을 ‘전략공천’하자니 이미 경선을 하겠다고 천명해놓은 터여서 명분이 없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는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한 천정배를 ‘중진불가론’을 내세워 사실상 제쳐놓고 ‘광주의 딸’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밀어붙였다. 천 전 의원 쪽에서는 당이 앞길을 막으니 당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정동영 전 의원도 공천을 안 준다고 둥지를 박차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전례가 있다. 그러나 4·29 보선에서 1년 뒤면 총선이다. 정치인은 때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진득하게 때를 기다리는 맛도 있어야 한다.

▷천정배는 정 전 의원, 신기남 의원과 함께 새천년민주당 시절 ‘정풍운동’을 주도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뒤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지금 정 전 의원은 통진당 해산 이후 새로운 진보세력 결집을 표방한 ‘국민모임’에 합류해 있다. 신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2·8전당대회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친노(친노무현) 편향이라는 비난까지 받아가며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에 기여했다. 엇갈린 선택을 한 옛 ‘천신정’ 트리오가 4월 보선 이후 어떻게 이합집산할지 모르겠다. 정치의 세계에서 영원한 동지는 없는 모양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